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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4년제 대학 나온 청년, 지역 중소기업 입사 포기하고 서울행

수도권-지방, 더 커진 임금 격차

지방에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수도권 대학 출신들이 차지, 지역 청년들의 고용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대구권 한 대학에서 열린
지방에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수도권 대학 출신들이 차지, 지역 청년들의 고용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대구권 한 대학에서 열린 '2017 취업한마당'을 찾은 학생들이 기업 인사담당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A(32) 씨는 2년 전 서울 한 홍보대행 업체에 취업했다. 현재 직장에 다니기 전 대구지역 한 중소기업에도 합격했지만 입사를 포기했었다. A씨가 서울에 있는 직장을 택한 결정적 이유는 월급 차이였다. A씨는 "지금 다니는 직장이 대기업이나 은행권 같은 곳에 비하면 월급이 적지만 입사를 포기했던 기업보다는 50만원 가까이 더 많다"며 "취업을 늦게 해 빨리 돈을 모아야겠다는 조바심도 나서 월급을 좀 더 주는 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고용정보원 조사 결과 이들은 수도권 출신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질적으로도 안정성이 떨어지는 일자리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상경 행렬이 끊이지 않는 것은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보다 수도권에서 일하는 게 임금이 더 높기 때문이다. 반면 지역의 질 좋은 일자리는 수도권 대학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일자리 격차'

수도권 대학 출신과 지방대학 출신의 임금과 일자리 질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지방대학 졸업생의 수도권 이동과 노동시장 성과' 자료에서다.

이번 조사에서 2013년 8월과 2014년 2월 졸업생(수도권 출신 1천833명, 비수도권 출신 1천820명)을 기준으로 수도권에 취업한 경우 4년제 수도권 대학 출신은 평균 월급이 234만6천원이었다. 하지만 비수도권 대학 출신은 218만원으로 16만6천원 적었다. 비수도권에서 취업한 경우는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간 격차가 더욱 컸다. 비수도권에서 일하는 수도권 대학 출신은 평균 월급이 253만6천원이었고, 비수도권 대학 출신은 208만원으로 45만6천원 차이가 났다.

임금 수준으로 따져보면 '수도권 대학 졸업, 비수도권 취업'이 가장 높고, '비수도권 대학 졸업, 비수도권 취업'이 가장 낮았다.

◆일자리의 질적 차이도 드러나

단순 임금 격차뿐 아니라 일자리 질 차이도 눈에 띈다. 이른바 '좋은 일자리'를 얻은 4년제 대학 졸업생 역시 '수도권 졸-비수도권 취업'(43.1%), '수도권 졸-수도권 취업'(28.7%), '비수도권 졸-수도권 취업'(24.4%), '비수도권 졸-비수도권 취업'(20.9%) 순이었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좋은 일자리에는 여러 정의가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평균 이상 임금과 직장 만족도가 평균 이상인 일자리로 정의했다"며 "평균임금 215만8천원 이상에 평균 직장 만족도 3.5점(만점 5점) 이상인 일자리가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 취업자 비율은 수도권 대학 졸업생이 26.6%로 비수도권 대학 졸업생의 21.0%에 비해 5.6%포인트 높았다. 월평균 근로시간 또한 수도권 대학 졸업생은 43.9시간인데 비해 비수도권 대학 졸업생은 45.4시간으로 1.5시간 더 일하고 있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수도권 대학 졸업-비수도권 취업의 좋은 일자리 취업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수도권에 본사를 둔 기업이 신규 채용 후 비수도권 지사나 공장으로 인재를 배치하거나 ▷비수도권 기업이 수도권 졸업생을 채용하려고 수도권 평균 이상의 높은 임금과 좋은 근로조건을 제시해 취업을 유도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며 "어느 쪽이든 비수도권 좋은 일자리의 상당수를 수도권 대학 졸업생들이 가져가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지역 인재 유출, 결국 좋은 일자리가 문제

대구지역의 청년 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다.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대구'경북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대구의 총전입은 32만8천228명, 총전출은 33만7천488명으로 9천260명이 순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순유출이 많았던 연령대는 20대(4천813명)였다.

대구에서 다른 시도로 이동한 인구는 9만6천766명이었다. 이 가운데 20대가 29.1%, 30대가 20.8%로 나타나 전출자 절반가량이 청년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순유출의 주된 이유는 '직업'이 꼽혔고, 시'도 간 이동도 '가족'(34.3%)에 이어 '직업'(30.8%)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나 결국 취업을 위해 청년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수도권 출신들이 수도권 취업을 선택하는 데에는 경제적 요인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근무지에 따라 수도권 출신과의 임금 격차는 존재하지만 비수도권에 비해 수도권에 취업하는 것이 그나마 임금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출신이 수도권에 취업하면 평균 월급이 218만원이었으나 비수도권 출신이 비수도권에 취업하면 208만원을 받아 10만원가량 차이가 났다.

보고서는 "지역 소재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해당 지역대학의 졸업생을 일정비율 이상 선발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 소재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과 채용보조금 지원 확대 등을 통해서 해당 지역대학 졸업생의 채용 확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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