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베트남에서 열리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행사를 총괄하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지난 2월 공동사무국 개소와 5월 실행 MOU를 체결하는 등 개막을 위해 발 빠르게 달려왔다.
실크로드 최동단에 있는 경주는 지난 2013년 실크로드의 종착지인 터키 이스탄불에서 행사를 가진 후 4년 만에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에 있는 베트남 호찌민에서 해외 행사를 치르게 된다.
베트남은 우리와 많은 역사적 공통점을 가진 나라다. 월남전이란 아픔도 있었지만 어른을 공경하는 유교사상을 가진 국가이며, 화산 이씨(花山 李氏)의 본향이기도 하다. 무역과 관광 등 경제 분야에서 많은 교류를 갖고 있다. 이런 베트남에서 함께 만드는 문화행사가 열린다. 엑스포 개막을 앞두고 준비 상황과 현지 분위기를 알아본다.
지난 4일은 베트남 독립기념일이었다. 원래는 2일이지만 대체휴일을 적용해 4일이 국경일이 됐다. 베트남 시간(한국보다 2시간 늦음)으로 오후 6시, 호찌민 인민위원회 청사(호찌민 시청) 앞 응우엔후에 거리는 비교적 한산했다.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 개막식과 주요 행사는 이곳에서 열린다. 청사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건설된 건축물로 우아한 멋을 풍긴다. 1975년 베트남이 통일된 이래 호찌민 인민위원회 청사로 이용되고 있다. 핑크빛이 감도는 연한 주황색 벽면에 흰 대리석 기둥을 사용한 외관이 고풍스럽다. 건물 앞에는 민중을 향해 손을 들고 있는 호찌민 동상이 세워져 있고, 호찌민 동상이 바라보는 전면으로 쭉 사이공강까지 연결된 광장이 응우엔후에 거리다.
응우엔후에 거리는 호찌민시를 대표하는 광장이다. 호찌민 여행의 중심이자 각종 행사가 끊임없이 열리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광화문 광장과 닮았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젊은 남녀들이 재잘거리며 지나간다.
광장 양쪽으로 2차로의 찻길이 있고 찻길을 따라 상가가 연결돼 있다. 찻길은 공휴일엔 차량 통행이 차단된다. 이 거리엔 커피숍은 물론, 고급 레스토랑, 쌀국수집, 패스트푸드점들이 들어서 생기가 넘친다.
호찌민시의 행정구역은 1군부터 12군까지가 도시지역으로, 행사는 호찌민시의 핵심구역인 1군에서 열리게 된다. 1군 지역은 행정기관과 주요 관광지, 여행자시설이 몰려 있는 곳이다. 호찌민의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몰려 행사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오후 7시가 넘어 어둠이 내리자 한산했던 거리에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10대에서 20대가 주류를 이룬다. 간식과 맥주, 도시락을 먹으며 춤추며 노래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활기가 넘친다.
동상 앞 광장에선 길거리 공연(Busking)이 펼쳐진다. 사회주의 국가여서 근본적으로 공연은 금지돼 있지만 휴일 밤에는 그냥 못 본 척 넘어간다. 말 그대로 광장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통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노랫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싸움이 나거나 큰소리로 떠드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왜 베트남 젊은이들이 이 길을 사랑하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거리에서 만난 남 프응(18'호찌민은행대학교 1년) 양은 "언제 와도 활기가 있어 좋다. 자주 찾는다. 친구와 놀러 나왔는데, 맛있는 것도 먹고 밤늦도록 놀다가 갈 것"이라고 했다.
남 프응 양은 오는 11월 이곳에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 행사가 열리는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들은 적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잘 모른다. 거리에서 행사가 열린다면 반드시 놀러 오겠다. 기대가 크다"고 했다.
금철수 행사실장은 "사회주의 국가여서 배너 등 일절 광고를 할 수 없어 홍보가 부진하다"면서도 "행사가 임박하면 많은 베트남 젊은이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거리에서 만난 일부 베트남 젊은이들은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들은 패션쇼와 K-POP 행사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약 1㎞ 길이의 응우엔후에 거리에는 특별무대와 홍보존이 설치된다. 1천200석 규모의 객석이 설치되고 비가 잦은 베트남의 날씨를 고려해 루프 트러스가 설치된다. 이 무대에서는 '오랜 인연 길을 잇다'를 주제로 한 개막식과 주요 행사가 열린다.
이곳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9'23공원'이 있다. '9'23공원'은 호찌민이 이끄는 베트남 공산당이 프랑스와 전쟁에 돌입하기 위해 조국 항전의 날로 선포한 9월 23일을 기념한 공원이다. 이 공원은 호찌민에서 각종 행사와 시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는 곳으로 엑스포 전 기간 행사장으로 이용된다.
마침 이곳에도 휴일을 맞아 간이음식점 거리가 들어섰다. 음식점 거리에는 풍성한 먹거리가 있다. 우리 장터와 꼭 닮았다. 그런데 시장 중간쯤 가다 보니 김밥집이 눈에 들어온다. 옆으로 떡볶이집도 눈에 들어온다. 주인 말로는 한국 드라마와 K-POP 등이 소개되면서 김밥과 떡볶이도 덩달아 유명세를 타며, 장사가 쏠쏠하다며 활짝 웃는다.
이 거리에는 신라문화역사관, 경상북도'경주시 홍보관, 새마을관, 유교문화교류관 등 4개의 전시공간이 들어선다. 호찌민시 대외협력구 문화정보과 주무관 쩐티빈 녹(33) 씨는 "호찌민시에서는 베트남과 한국의 첫 대규모 문화 교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대외협력국에서도 행정적인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의 주행사장인 두거리에는 밤이 늦도록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이채수 기자 cslee@msnet.co.kr
이영석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 단장
"1998년에 처음 열린 세계문화엑스포가 2017년 20살이 됐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성년이 됐고 그 성년식을 베트남 호찌민에서 치르게 됐습니다. 성년이 되는 해, 사돈의 나라인 베트남과의 인연이 이어졌습니다."
오는 11월 열리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의 현장 총책임을 맡은 이영석(51)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 단장은 "이번 엑스포는 양국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첫 행사가 될 것"이라며 개최 의미를 부여했다.
이 단장은 "2006년 4회 행사를 캄보디아에서 첫 해외 행사로 치른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9회 행사이자 세 번째 해외 행사로 베트남 호찌민을 선택했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앞의 행사장은 이름이 없는 곳이었다가 이젠 행정명도 생기고 별명으로는 '경주'라고 불린다"며 "오토바이 택시 '툭툭'을 타고 '경주'라고 외치면 옛날 그 행사장으로 달려간다. 여기 호찌민시 시청 앞 광장도 '경주'로 불리길 바라며 베트남의 한류 바람이 경주 바람이 돼 일어날 것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그래서 많은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우리의 경우 한 행사의 부속 행사는 거의 원스톱 승인이 나지만 여기는 케이스별로 따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는 올해 2월 행사 준비를 위해 가장 먼저 호찌민으로 갔다. 경북도에서도 국제통으로 불리며, 어지간한 해외 업무는 손바닥 들여다 보듯 하는 그이지만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행사는 막막함 그 자체였다. 행사를 치르는 데 있어서 우리나라의 기준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단장은 맨몸으로 호찌민 당국과 부딪쳤다. "우리의 행사 내용을 일일이 알리고 설득했습니다. 안 되면 다시 설득하고 매달렸습니다." 이 같은 노력이 주효해 호찌민시 측에서 모든 계획서를 협상 창구인 대외협력국에 한꺼번에 내면 인민위원회 실행위원회를 열어 한꺼번에 다 받아주겠다는 전갈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영석 단장은 "이번에 호찌민 시민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응우엔후에 거리가 행사기간 동안 개방됐다"면서 "40여 개 되는 행사 업무 일괄처리와 응우엔후에 거리의 개방 등 베트남 측에서도 이 행사에 대해 관심이 높다. 양국의 문화적인 갈증이 이 행사로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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