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는 국제적으로 이름난 많은 도시가 있다. 베를린,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뮌헨, 쾰른, 도르트문트, 브레멘, 하노버, 라이프치히, 뒤셀도르프, 슈투트가르트, 볼프스부르크, 마인츠, 프라이부르크 등 열거하니 꽤 많다. 이 도시들을 다 다녀본 건 아니지만, 예전에 출장 차 독일 중북부와 동부의 여러 도시에 가 볼 기회가 있었는데 도시 규모가 차이 나더라도 한결같이 깔끔하고 안정돼 있어 인상적이었다. 독일의 농촌 역시 도시의 활기 대신 평온함을 간직하면서도 도시와의 격차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베를린 시민들이 뒤셀도르프 시민들이나 남부 바이에른주 농촌지역 주민들보다 더 세련된 느낌을 줄지 몰라도 더 잘 산다거나 하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지역별 차이 없이 고르게 안정적으로 잘 사는 것 같았다.
지금 우리가 지향하는 지역 균형 발전의 모범적 모습을 바로 독일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지방의 극심한 양극화로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이 시급하지만, 그 동력인 지방자치가 미약해 언제쯤 개선될지 앞날이 불투명하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하고 있고 내년 개헌 때 균형 발전, 지방분권적 요소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확충을 법적으로 못박고 연방제 수준의 분권 개헌까지 거론되고 있으니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내년 예산을 편성하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지역 균형 발전의 국정 기조에 역행하는 처사로 매우 유감스럽다.
내년에 일자리'복지 등의 예산이 11~12% 늘어난 반면 SOC 건설 예산은 20%나 깎였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기조에 맞춰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것으로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SOC 역시 사람을 위한 시설이라는 점에서 급격한 삭감은 문제가 있다. 내년 SOC 예산은 올해 22조1천억원에서 17조7천억원으로 줄였는데 수도권과 연계된 경기도는 일부 교통 시설 예산이 증액되는 등 삭감 영향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경북도는 목표한 5조2천억여원보다 2조원이나 감소한 3조2천억여원 편성되는 데 그쳤으며 이 중 SOC 사업 삭감액은 1조7천억원이나 됐다. 광주전남과 전북은 호남고속철도 건설사업과 새만금 관련 사업 등 요구액의 16%가 대폭 삭감됐다며 '호남 홀대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삭감 폭을 따지면 대구경북이 더 크니 '호남 홀대론'이 아니라 'TK 홀대론'이라 말하고 싶다.
교통 낙후지역이라 할 수 있는 경북의 광역 SOC 인프라 구축 12개 사업 예산은 모두 삭감돼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 동해중부선(포항~삼척) 철도부설, 중앙선 복선전철화(도담~영천) 건설사업 등이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보면 인구가 적은 지역은 경제성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 맹점이 있다. 사람이 적게 살더라도 생활 편의를 비슷한 수준으로 누려 행복권을 평등하게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지금은 인구가 적더라도 SOC 증설을 통해 인구를 늘리고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 이를 보완하고자 예비타당성제도의 지역 균형 발전 분석 가중치를 20∼30% 수준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최저 수준인 20%를 적용하는 데 그쳐 30%로 상향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중앙 중심론자들은 지역 균형 발전에 공감하는 척(?)하면서도 지방의 SOC 건설 투자를 '나눠먹기식 예산 빼돌리기'로 깎아내리고 있다. 서울과 지방 중소도시 및 농촌 간 지역 격차는 10~20년 이상 벌어져 있으며 SOC 건설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다. 중앙정부는 이 점을 되새겨 일률적인 SOC 예산 삭감을 재고해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들과 자치단체장들도 구두끈을 졸라매고 바쁘게 다니면서 SOC 건설 예산을 최대한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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