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발달 장애 일으키는 어린이 갑상샘 질환

아이가 식욕 없는 데 체중 불고, 피로감 심하면 의심해야

후천성 주로 11~14세 발병…성장 발육 더뎌 지능 발달 이상

갑상선항진증은 머리카락 가늘어지고 과잉행동 일으킬 수도

호르몬 조절 약물 평생 복용해야…임의 중단 땐 재발 위험

직장인 황모(42) 씨는 여덟 살 난 아들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얘기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이는 잔병치레가 잦긴 했지만 대체로 건강한 편이었다. 좀 예민하긴 했지만 성장발육이 크게 더디진 않았고, 오히려 살짝 비만이라는 얘기까지 종종 들었던 터였다. 그러나 얼마 전 아이가 구내염과 수족구가 동시에 온 후로 상황이 달라졌다. 고열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탓이었다. 가까운 아동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은 아이는 혈중 칼슘 수치가 너무 떨어진다는 얘기에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황 씨는 "혹시 선천성 질환인가 싶어 우리 부부 모두 유전자 검사를 받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다"면서 "평생 관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에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소아갑상선장애는 어린이들에게 발생하는 내분비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갑상선장애 환자 100명 중 3명은 20세 미만의 어린이'청소년이었다. 어린이'청소년에게 갑상선장애가 생기면 학교 성적이 떨어지거나 늘 피곤해하고, 성장이 다른 아이들보다 늦어지는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 성장 더디고 무기력하다면 갑상선기능저하증 의심

갑상선은 목 앞 중앙 후두와 기관 옆에 붙어 있는 나비 모양의 내분비 기관이다. 무게는 성인 기준으로 12~20g 정도로 갑상선호르몬과 칼시토닌을 생성, 분비한다. 갑상선호르몬은 체온 유지와 신진대사의 균형을 유지하고, 칼시토닌은 뼈와 신장에 작용해 혈중 칼슘 수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갑상선 기능에 문제가 생겨 갑상선호르몬이 너무 많이 나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일으키고,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생긴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호르몬 부족으로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식욕이 떨어지는데도 체중이 많이 불고, 남들보다 추위를 많이 타거나 피로감을 심하게 느낀다. 혈중 칼슘 농도가 떨어지고, 어린이는 뇌와 골격의 성장과 발육이 늦어질 위험이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후천적 저하증과 선천적 저하증으로 구분된다. 선천성 갑상선저하증은 생후 6주가 지나면서 활기가 부족하고 근육의 힘이 없으며 성장발육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별히 아픈 곳이 없는데도 눈두덩이가 붓거나 눈에 띄게 활력이 줄어든다. 식욕도 없고 잠을 유독 많이 자거나 손발이 찬 경우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부진한 지능 발달이다. 지능은 한 번 떨어지면 회복이 어렵다.

후천성 갑상선장애는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가 서서히 갑상선을 무력하게 만드는 만성자가면역질환이다. 진행이 느린 데다 다소 성장이 더디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정도여서 단순한 행동 장애로 여기고 방치하기 쉽다. 증상은 주로 11~14세에 나타난다.

◆ 아무리 먹어도 살이 빠진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 고민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돼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대표적인 원인 질환은 그레이브스병이다. 자가면역항체가 지속적으로 갑상선을 자극해 갑상선호르몬을 지나치게 많이 분비하게 만들고, 전신에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그레이브스병은 남자아이보다는 여자아이가 잦고, 주로 11~15세에 발병한다. 자가면역 갑상선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생기면 대부분 갑상선이 다소 붓거나 커진 느낌이 든다. 머리카락은 부드럽고 가늘어지며 손발을 떨기도 한다. 예민하고 지나치게 불안해하며 식욕이 늘어나는데도 체중은 줄어든다. 심장이 이유 없이 두근거리거나 더위를 잘 참지 못하는 증상도 나타난다. 이 때문에 아이가 과잉행동을 하거나 산만해지고 학교 성적이 떨어지지만 단순한 행동장애로 여기고 방치하기 쉽다.

환자 3명 중 1명은 눈이 튀어나오는 안구돌출증이 생긴다. 윗눈꺼풀이 경련을 일으키면서 아랫눈꺼풀과 눈동자 사이에 흰자위가 보이거나 눈을 느리게 감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소변을 너무 자주 보거나 밤에 오줌을 싸는 경우도 있다. 성장속도가 갑자기 빨라지지만 일찍 성장이 멈추고 사춘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

◆ 적어도 2년 이상 치료 유지하고 관리해야

갑상선장애는 혈액 속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측정하는 갑상선 기능 검사로 진단한다. 필요한 경우 갑상선 초음파 등의 검사를 추가로 하게 된다. 갑상선 자극 수용체에 대한 자가항체를 측정하면 자가면역성 갑상선항진증을 진단할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갑상선 자극 호르몬이 20mU/L 이상인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면 치료가 필요하다.

갑상선장애 진단을 받으면 갑상선호르몬을 조절하는 약물을 평생 복용하며 정기적으로 갑상선 기능 검사를 해야 한다. 약물로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나아지지 않으면 수술로 갑상선을 제거한 뒤 갑상선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도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경우 어린이는 항갑상선제를 하루 2, 3회 복용하며 증상이 호전되면 투여량을 서서히 조절한다. 그러나 임의대로 투약을 중단하면 재발할 위험이 있다.

예후는 갑상선종의 크기와 임상 증상의 기간, 치료 기간, 치료 종료 후 관찰 기간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2년 뒤에 25%, 4~5년이 지나면 절반 정도는 정상 수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정은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재발률이 30~40% 정도로 높고, 치료 기간이 길수록 완치될 확률이 높으므로 적어도 1, 2년 이상 치료를 해야 한다"면서 "증상이 호전돼 약을 끊어도 일정 기간 동안은 주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문정은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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