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분별한 샛길 등산, 대구 앞산 망친다

정상부 밀집된 인공구조물도 동·식물 서식환경 파괴

대구 시민의 휴식처인 앞산이 샛길과 인공구조물로 뒤덮여 보존을 대책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대구 앞산 샛길 등산로의 출입을 막기 위한 줄이 끊어져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시민의 휴식처인 앞산이 샛길과 인공구조물로 뒤덮여 보존을 대책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대구 앞산 샛길 등산로의 출입을 막기 위한 줄이 끊어져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시민의 휴식처인 앞산이 무분별한 샛길 등산로와 인공구조물로 허덕이고 있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앞산 관광명소화사업'(본지 9일 자 1면 보도)에 대해서도 시설 인프라 확충보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통한 관광자원화가 더 효과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 도심에서 불과 5㎞ 떨어진 앞산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샛길 등산로가 많다. 각각의 등산로를 잇는 오솔길이 곳곳에서 시작되고 어디에선가 다시 합류한다. 이런 앞산 샛길 문제는 10여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행정당국이 출입통제 표시를 하는 한편 시민단체 중심으로 '샛길 이용 안 하기' 캠페인도 벌여왔지만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곳이 많다.

방송송신탑, 무선중계기, 경찰통신대 등 방송통신시설도 정상부에 밀집, 등산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용객이 없어 폐쇄된 휴게시설도 여전히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이렇게 앞산을 헤집은 샛길과 인공구조물들은 동식물의 서식환경을 파괴하고 이동통로를 차단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각종 시설물 확충 및 리모델링을 골자로 하는 대구시의 앞산 관광명소화 계획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산이 품고 있는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만큼 접근성 개선 및 전망대 확장 같은 하드웨어 개발보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통한 콘텐츠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남구청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고려 태조 왕건 관련 스토리 말고도 숨어 있는 보물이 많기 때문이다. 신라 학자 최치원 선생 이야기, '용의 산' 앞산의 풍수지리적 해석, 항일 독립운동사 등이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교수(지리교육학과)는 "하드웨어적 요소인 시설물 확충보다 앞산이 품고 있는 문화 콘텐츠를 인정받는 것이 앞산의 관광명소 발돋움에 관건"이라며 "이런 과정을 거쳐 앞산이 더욱 시민들에게 사랑받는다면 그 후에 수요에 맞춰 관련 인프라를 늘리는 게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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