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연 속에서 하룻밤 즐거운 일탈 '캠핑'

남자만 떠난 여행, 별들이 말을 건다, 함께…하실래요?

약간은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가을밤, 수컷(?)들끼리의 캠핑에 나선 고교 동창생인 남자 3명이 화롯불을 피워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약간은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가을밤, 수컷(?)들끼리의 캠핑에 나선 고교 동창생인 남자 3명이 화롯불을 피워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DNA 속 야생 본능이 꿈틀…男性을 충전하다

작은 텐트 하나에 불 밝히고

저기 풀벌레 소리에

소박한 여유로움은 더해가고

까만 밤, 아주 까만 밤

남자들만의 대화는 무르익어간다

가을이다. 캠핑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뜨거운 열기에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보다야 새벽바람이 조금 쌀쌀하지만 낮 공기가 쾌적한 지금이 캠핑에 최적이다. 누에고치처럼 포근한 침낭 속으로 기어드는 달콤함도 좋다.

캠핑은 삭막한 시멘트와 아스팔트 세상을 벗어나 자연으로 회귀하는 행동이다. 나와 내 가족을 건사할 작은 집(텐트) 하나를 짓고 불을 밝히고 소박한 음식을 만든다. 평소 눈에 담지 못했던 초록의 싱그러움과 계절 변화에 따라 색색으로 치장하는 나뭇잎들, 시원한 바람과 깜깜한 밤하늘을 밝히는 달과 별이 가슴에 담긴다. 쫓기듯 살았던 피곤한 날들을 내려놓고 작은 텐트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온몸의 세포로 만끽하는 여유로운 시간이다.

이런 자연에서는 세상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단지 자연의 섭리와 단순한 힘의 논리만이 작용할 뿐이다. 이 순간 남성성이 빛난다. 그래서 많은 남자들이 캠핑에 대한 로망을 갖는 걸까? 원시의 삶을 즐기려는 남자 3명과 함께 캠핑 예찬론을 펼쳐봤다.

◆일상의 무거운 짐 내려놓고 '힐링'

지난 14일 수준급 '캠핑 폐인'을 자처하는 남성 3명의 캠핑에 동행했다. 이들은 고등학교 동창생들로 서로 속속들이 알고 있는 친구 사이다. 각자 캠핑 경력이 십수 년 이상인 이들은 주로 가족들과 함께 캠핑을 즐기지만 일 년에 한두 차례는 수컷(?)들만의 일탈을 시도한다.

남자들끼리의 캠핑이지만 뭐 하나 허술함이 없다. 넓은 타프 아래 캠핑 의자와 탁자가 놓이고 옆으로는 편안한 잠자리를 위한 두 동의 텐트가 처져 있다. 모닥불을 위한 장작도 준비됐고 음악으로 감성을 충만하게 해 줄 블루투스 스피커, 그리고 캠핑에 빠질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술과 커피, 화려한 안주까지 완벽 그 자체였다. 옆으로는 작은 계곡에서 맑은 물이 흐르고 그늘을 만들어주는 높은 나무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는 등 환경도 최고였다.

이날 캠핑의 상당 부분을 손수 준비한 남자 1호(42)는 가히 '캠핑 마니아' 급이다. 10대 때부터 혼자 산을 타며 나 홀로 캠핑을 즐겼던 그는 경량화한 최소한의 장비와 간편함에 집착했다. 하지만 예쁜 딸과 아내가 생기면서 그의 캠핑은 약간 장르가 바뀌게 되었다. 지금은 보다 편안하고 풍족한 캠핑을 즐긴다. 산속에서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를 위해 수많은 장비를 마련했다. 원두도 그에 맞춰 여러 가지를 구비해 다닐 정도다. 요리도 수준급이다. 야외에서 즐기는 간편식이 아니라 진수성찬급으로 차려낸다. 그는 "요리를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맛있게 먹어주는 이들이 있으니 점점 더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연구하게 된다"고 했다. 이날 남자 1호는 무려 5가지의 요리를 준비해 왔다. 치즈를 넣은 양송이버섯과 소고기구이, 중국식 계란탕, 명란젓 구이 등 여자들도 쉽게 만들 수 없는 맛깔진 요리가 계속해서 차려졌다.

◆감성적인 재충전의 시간

남자 2호는 끊임없이 캠핑의 매력을 설파했다. 사실 여자의 입장에서 캠핑은 그다지 매력적인 놀이는 아니다. 편안함과 쾌적함,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것이 바로 캠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 2호는 "언제 밤새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겠느냐"며 "안락함에 대한 욕구를 내려놓으면 자연과 함께 벗하는 맛을 음미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논리는 하룻밤 사이 당장 사실로 증명됐다.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수많은 별들의 반짝임을 보자 머리가 맑아졌고 새벽이슬에 젖은 텐트에서 하룻밤을 지새운 뒤 맡는 풀내음, 흙내음, 짙은 새벽공기가 얼마나 상쾌한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남자 1호는 "캠핑의 진정한 맛은 남자들끼리 할 때"라며 다소 위험한(?) 발언을 내놨다. 잠시 만류하는 척했지만 남자 2호와 3호도 이런 남자 1호의 말에 공감했다. 보호하고 신경 써야 할 누군가가 없이 온전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시의 휴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독박 육아'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가끔은 "아이로부터 퇴근하고 싶다"고 푸념하듯이 남자들 역시 가끔은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내면의 소리에 충실하고 싶은 순간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이런 잠시의 꿀맛 같은 시간이 있어야 더욱 가정에 충실할 수 있다는 논리를 덧붙였다.

◆남자들의 놀이 '캠핑'

캠핑은 남자들의 '소꿉놀이'다. 상당수 남편들이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내 아이를 위해'라고 핑계를 대며 캠핑에 나선다. 물론 거짓이 아니다. 진심이다. 하지만 이 설명 속에는 남성 자신의 만족감을 위함도 어쩔 수 없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캠핑은 원시시대부터 남성들의 DNA에 녹아 있는 야생의 본능을 꿈틀거리게 하는 일종의 '힐링'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많은 남자들은 야생성을 상실한 채 살아간다. 이는 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직장인은 상사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하고 사업가는 '왕'이라 불리는 고객 앞에 무릎을 꺾어가며 돈과 명예를 위해 자존심 따위는 내던지고 달려야 한다. 집에서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며 '돈 벌어오는 기계'에 가까운 가장의 굴레를 묵묵히 짊어지고 버틴다. 그러다 보니 남성성에 충실한 로망이나 야성 따위는 일찌감치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온전히 자연의 품 안으로 들어가는 '캠핑'은 남자 깊숙이 숨어 있던 야생 본능을 되살려 낸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자본의 논리에 주눅이 든 쪼잔한 남성이 아니라 힘 있는 멋진 남자 혹은 아빠의 매력이 줄줄 흐른다. 텐트를 쳐 순식간에 뚝딱 집 한 채를 짓고 모닥불을 피워 밤을 밝히고 때로는 자연과 맞서 가족을 보호하는 행위는 남자를 '슈퍼맨'이나 '맥가이버'만큼 멋지게 보이게 만든다. 자신의 능력을 '돈'과 '명예'가 아닌 온전한 자신의 힘과 기술로 보여줄 수 있는 캠핑이야말로 남자의 어깨를 당당하게 만드는 손쉬운 방법이 된다. 여행기자 출신으로 오토캠핑 전도사인 김산환 여행작가는 '캠핑 폐인'이라는 책을 통해 "아빠의 자리와 남편의 자리를 되찾고 싶다면 떠나라. 당장 캠핑을 떠나면 그곳에서 가족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YOLO족이 하나의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나 홀로 캠핑을 즐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덕분에 캠핑용품이나 장비도 경량, 소량, 소형 제품들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타오르는 모닥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불멍'(불보며 멍 때리기)으로 복잡하게 얽힌 생각의 고리를 끊어내고 상쾌한 공기를 다시 폐부 깊숙이 충전할 수 있는 고요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다. 캠핑에서는 커피 한잔 마시고 밥 한 끼 먹기 위해 상당한 불편과 귀찮음을 감내해야 하지만 이 느림의 방식이 세상에 찌든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자연인으로서의 존엄을 되찾는 길이기도 하다.

◆영천시오감공예체험장 캠핑장

영천시오감공예체험장 캠핑장은 아이들과 함께 가족캠핑을 즐기기 딱 좋은 곳이다. 북영천 IC에서 나와 20분 정도 영천호를 따라가면 만날 수 있다. 여느 캠핑장과 차별화되는 이곳만의 특징은 영천 예술인들의 작업공간과 체험공간, 카페가 함께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이곳의 1층에서는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과 볼풀 미로 등 놀이시설을 즐길 수 있고, 2층에서는 맛있는 커피도 맛볼 수 있다. 예술인들의 작품 전시와 판매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특히 자전거를 무료 대여해 주다. 매점과 24시간 온수를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샤워장, 세척실, 화장실도 장점이다.

▷주소: 영천시 자양면 포은로 1625-11

▷예약문의: http://cafe.naver.com/5sensesworld

▷운영시간: 입실 오전 10시/ 퇴실 오후 3시

▷이용요금: 캠핑장 1박 3만원/ 글램핑장 1박 풀장비 10만원 (텐트대여 5만원)

◆팔공산 가산산성야영장

대구시 동구 백안삼거리에서 동화사와 파계사삼거리를 거쳐 군위로 이어진 한티재를 넘는 팔공산순환도로는 팔공산 중턱을 골골샅샅 지나는 최고의 드라이브코스로 사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그 길 끝자락, 한티재가 가까운 해발 550m의 고지대에 전국 어디에 내놔도 으뜸을 차지할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가산산성야영장이 있다. 넓은 산사면을 따라 여러 단에 걸쳐 조성돼 있기 때문에 각 텐트의 환경이 답답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한껏 자란 벚나무와 느티나무가 단과 단 사이를 구분 지으며 모든 사이트를 뒤덮고 있어 자연 속 캠핑의 즐거움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다. 또 각 단 사이로 배수로가 설치되어 큰 비가 내려도 물고임 걱정이 없다.

▷주소: 칠곡군 동명면 한티로 1034(득명리 113-1)

▷예약문의: www.gbpalgong.go.kr 053)602-5900

▷운영시간: 입실 오후 2시/ 퇴실 낮 12시

▷이용요금: 비수기(3~6월, 9~11월) 1만원, 성수기(7~8월) 1만2천원

◆영덕 고래불국민야영장

지난여름 개장한 최신 야영장이다. 동해 고래불해수욕장 내에 동물형 카라반 25개와 펜션형 4동, 숲속야영장과 오토캠핑장 123동, 조형전망대, 해안산책로, 편의시설을 조성했으며 샤워장 및 취사장, 바닥 분수, 유아풀장, 어린이 놀이터 등을 구비해 남녀노소 누구나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됐다.

▷주소: 영덕군 병곡면 고래불로 68(덕천리 1-58)

▷예약문의: stay.yd.go.kr 054)734-6220

▷운영시간: 카라반 및 펜션형 입실 오후 2시/ 퇴실 오전 11시. 숲속야영장 및 오토캠핑장 입실 오후 1시/ 퇴실 오후 1시.

▷이용요금: 카라반 7~12만원, 펜션형 12~17만원, 텐트 2~3만원, 오토캠핑 2만5천~3만원.

◆경주 에코밸리 오토캠핑장

물놀이가 가능한 시원한 계곡과 실내외 놀이터가 마련된 캠핑장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캠핑장 내 식물원이 있어 예쁜 꽃과 푸른 나무를 즐길 수 있으며 아이와 어른이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그 외에 미니 동물원에서 토끼에게 먹이를 줄 수 있고, 실내 곤충관에서 다양한 곤충들도 구경할 수 있으며 동굴 탐험도 즐겨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다.

▷주소: 경주시 산내면 대현리 2388

▷예약문의: http://ecovalleycamp.co.kr 054)751-6399

▷운영시간: 입실 당일 오후 2시/ 퇴실 낮 12시

▷이용요금: A~D구역 비수기 주중 2만8천원, 주말 3만3천원. 성수기 5만5천원.

◆상주 문장대야영장

상주 문장대야영장은 백두대간 속리산에서 발원한 청정한 용유계곡을 따라 상류부터 장각폭포야영장, 상오야영장, 용유야영장 3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장각폭포야영장은 천왕봉에서 동쪽으로 뻗은 장각골에 있으며 상주학생야영장 건너편 솔숲 끝에 상오야영장이 있다. 그보다 하류인 용유리의 용유야영장은 이 중 규모가 가장 크고 많은 이들이 찾는다.

문장대야영장은 캠핑장이라기보다 공원의 느낌이 강하다. 그만큼 주변 자연풍광이 수려하고 시설이 좋다. 상주시에서 조성한 후 지역 주민들에게 위탁해 관리하고 있다. 장각폭포야영장은 상오1리 청년회에서, 상오야영장은 상오1리 노인회가, 그리고 용유야영장은 용유1리 부녀회에서 관리한다. 순번을 정해 매일 한두 번씩 청소와 시설상태 점검을 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깨끗하다. 모든 야영장은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이용료는 관리자가 매일 현장을 돌며 수금한다.

▷주소: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 340-8(체육공원) 용유야영장

▷예약문의: 상오1리 청년회 회장 김은배 010-4878-6207, 상오1리 노인회 회장 김중만 010-3861-8879, 용유1리 부녀회 회장 최순옥 010-9418-8702

▷아용요금: 소형 1만원, 대형 2만원, 데크 2만원, 풋살장 1시간 2만원

◆예천 회룡포오토캠핑장

내성천이 350도 휘감아 도는 육지 속의 섬마을, 회룡포다. 지형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신비롭기 그지없다. 옛날엔 빤히 건너다보이는 강 건넛마을로 가려면 수십 리 험한 산길을 돌고 돌아 가야 했지만 이젠 청정한 회룡포에 무료 오토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오토캠핑장은 개포면에서 회룡포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 곳에 있다. 각각의 주차공간이 딸린 18개의 텐트 사이트는 잔디와 콘크리트 블록이 깔려 있어 물 빠짐 걱정이 없다. 매점이나 아무런 편의시설이 없기 때문에 캠핑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주소: 예천군 용궁면 대은리 416-6

▷예약문의: 선착순, 054)650-6393

▷이용요금: 무료

◆그 외 경북의 야영장

·영덕 위정약수오토캠핑장=영덕군 창수면 영양창수로 3032-9(신기리 276)/ 054)732-6663

·포항 썬빌리지캠핑장=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호미로(강사리) 1188/ 054)284-6600

·의성 빙계야영장=의성군 춘산면 빙계리 896/ 054)830-6903~12(의성조문국박물관)

·봉화 청옥산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봉화군 석포면 청옥로 1552-163/ 054)672-1051

·영양 일지매침벽캠핑장=영양군 영양읍 감천리 686번지 침벽공원 내/ 010-2273-3004

·영주 삼가야영장=영주군 풍기읍 삼가리 300/ 054)637-3794

·청도 수리덤오토캠핑장=청도군 운문면 신원3길 72/ 010-8532-7111

·청송 상의야영장=청송군 부동면 공원길 146/ 054)873-0018

·김천 산내들오토캠핑장=김천시 지례면 도곡리 722/ 054)431-2011

·문경 해바라기펜션캠핑장=문경시 농암면 내서리 239-1/ 054)571-3500

·안동 단호샌드파크캠핑장=안동시 남후면 풍산단호로 835-35/ 054)850-4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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