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위손 봉사 31년째 "빠지면 애들 궁금해"

대구서 이발관하는 '양지 봉사회'

31년간 꾸준히 임마누엘영육아원을 찾아와 이발 봉사를 하는 양지봉사회 회원들. 신현일 기자
31년간 꾸준히 임마누엘영육아원을 찾아와 이발 봉사를 하는 양지봉사회 회원들. 신현일 기자

"임마누엘 친구들을 위해 30년간 이발 봉사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커서 요리사의 꿈을 이루면 아저씨들처럼 요리로 봉사하고 싶어요."

19일 김천시에 있는 임마누엘영육아원에서는 뜻깊은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30년간 한 번도 쉬지 않고 이발 봉사를 해온 여섯 명의 가위 손 봉사자들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자리였다. 이날도 일찌감치 도착해 원생 50여 명의 이발을 마친 여섯 명의 봉사자들은 원생들이 준비한 감사편지와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함께 나눴다.

이들의 이발 봉사는 31년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구미에서 이발관을 운영하던 임병천(65) 씨에게 이발관 손님 중 한 분이 봉사활동을 제안했고, 임 씨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봉사활동에 나섰다.

임 씨는 첫 이발 봉사에서 느낀 행복을 잊지 못해 대구로 이주한 후에도 31년을 꾸준히 매월 첫째 화요일 이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임 씨와 함께 이발 봉사에 나선 이들은 대구시 남구에서 이발관을 운영하는 양지봉사회 회원들이다. 대부분 25년 이상 꾸준히 임마누엘영육아원을 찾고 있다.

임 씨와 함께 어린 원생들의 머리를 정리하던 황태조(67) 씨는 "봉사를 하면 자신이 더 행복을 느낍니다. 어쩌다 한 번 봉사활동에 빠지면 아이들 얼굴이 궁금해 다음 달에는 꼭 나오게 된다"고 했다.

김정숙 임마누엘영육아원 원장은 "대부분 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1, 2년쯤 한 뒤 그만두지만 이분들은 25년 이상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저번에 대구로 이사했다는 말을 듣고는 앞으로는 볼 수 없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도 잊지 않고 꾸준히 찾아와 줘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한편, 임병천 씨는 지난 7일 제17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에서 31년간 꾸준히 이발 봉사를 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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