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앞산, 인공시설보다 자연과 스토리로 사랑받아야

대구시가 추진하는 '앞산 관광명소화 사업'과 남구청의 9홀 규모 파크골프장 건설과 같은 무분별한 앞산 개발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250만 시민의 휴식처이자 허파인 앞산이 등산객의 훼손 행위와 자연경관을 해치는 각종 시설물로 천연의 제모습을 잃어가고 있어서다. 그대로 두면 지자체의 난개발 행정이 낳은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인한 시민 피해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앞산은 신음 중이다. 우선 뭇 샛길로 나무뿌리의 흙 밖 노출 등으로 숲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샛길 이용하지 않기' 운동을 벌이고 해마다 2억원 넘는 돈으로 등산로 보존과 정비에 나서지만 헛수고다. 앞산 정상을 뒤덮은 숱한 인공구조물은 앞산의 자연성을 더욱 망치는 흉물이다. 오랫동안 폐쇄돼 산속에 방치된 휴게소 창고는 앞산 관리의 허점을 생생히 보여주는 현장이다.

이처럼 옛 모습을 잃어가는 앞산을 다시 파헤치는 일은 전시성 개발 행정의 실패 사례는 될지언정 바람직한 모습은 절대 아니다. 앞산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지키되 앞산의 고유한 다양한 인문지리적 자원을 활용하는 쪽으로 앞산 활용의 방향 축을 옮겨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발 명분으로 이뤄질 앞산의 청사진은 겉모양 위주의 하드웨어 꾸미기보다 속을 채우는 소프트웨어 구성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앞산에는 시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시대별 인문지리적인 자원이 풍부하다. 신라 때 대구 호족인 이재의 뜨거운 나라 사랑을 담은 호국성(護國城) 축조 이야기와 고려 태조 왕건의 설화를 간직한 왕굴, 앞산 등을 배경으로 노래한 조선의 일류 가객인 한유신의 풍류, 일제강점기 때 안일암에서 대구 독립운동사의 한 줄기를 이룬 조선국권회복단 결성 등에 이르기까지 숱한 자원으로 넘친다. 비록 잊혔지만 하나같이 앞산이 간직한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다양한 자원을 하나하나 엮어야 한다. 앞산의 자연환경을 제대로 보호해 다음 세대에 이어주면서 아울러 앞산이 품은 숨은 자산들을 드러내는 일 역시 중요하다. 앞산은 인공시설이 아닌 자연과 스토리로 사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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