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홍열 청송 부군수 명예퇴직 "고향 주민 격려 덕분에 40년 공직생활 무탈"

초임 때 영양서 양정업무에 매진, 동네 주민들 보내준 정 못 잊어

박홍열(58) 청송군 부군수가 40년 공직 생활을 마감하며 명예퇴직했다.

이달 18일 그의 명퇴식이 청송군청에서 열렸는데 청송 주민은 물론 경북 곳곳의 주민들이 이곳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이 때문에 그가 청송을 떠난 후에도 사람들이 "박 부군수 공직 생활 잘했네"라며 칭찬하기도 했다.

박 부군수는 1978년 3월 영양군 산업과에서 행정 9급에 임용돼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에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업무 중 하나가 쌀 관련 양정 업무였다. 양정 수급은 물론 양곡 관리, 군부대 등의 지원, 특별회계 등 초년 공무원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업무가 많아서 잘 맡기지 않는데 그가 그 업무 담당자로 인사 발령이 난 것이다.

박 부군수는 "양정 업무를 맡았는데 동료나 선배들이 일이 어렵다며 걱정을 많이 했다"며 "난 오히려 이 업무를 잘 수행하면 군 전반적인 업무 파악에 수월하겠다고 생각해 밤낮없이 일을 배워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노력 덕에 업무를 누구보다 잘 처리했고 몇 해 지나 인사이동으로 보건소에 발령이 났을 때도 신임 양정 담당자가 수차례 그를 찾아 일을 배울 정도였다.

"입암면 산해 4리가 첫 담당 동네였는데 아직도 그 마을 주민들이 차려주신 푸짐한 밥상이 생각납니다."

박 부군수는 초임 때인 1978년 영양군 입암면 산해 4리가 담당 동네였다. 당시에는 이곳에 차가 들어가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마을에 들어갔다. 계곡을 지나 산을 몇 개 넘어야 마을에 도착했고 돌아가는 길에 해가 저물기 때문에 이장 집에서 늘 잠을 잤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밤에는 호롱불을 켜야 했고 그마저 없는 집은 달빛에 의존하는 그런 동네였다.

그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장희주 이장님과 동네 주민들이 참 잘해줬다"며 "군 서기 온다고 숨겨놓은 먹을거리를 다 내놓고 심지어 씨암탉까지 삶아 주셔서 지금도 그 마을에 가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1986년 경북도로 전입한 박 부군수는 사무관으로 승진하고 나서 2004년 1월 고령군 개진면장으로 발령이 났다. 이 동네는 소고기가 아주 유명한데 마땅히 파는 곳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관광객이나 주민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지역 경기도 갈수록 안 좋아졌다. 박 부군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당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란 명목으로 예산 70억원을 받아내고서 공동 소고기 판매장을 건립했다. 소고기 판매장이 문을 열자 주민들은 물론 인근 공단이나 관광객까지 이곳을 찾았고 지금은 개진면 지역 경제의 큰 축으로 성장했다.

박 부군수의 고향 사랑은 누구보다 남다르다. 고향 영양군 일이라면 자다가도 뛰어나갈 정도다. 그는 현재 재대구 영양읍향우회장과 오청회(울진'봉화'영양'청송'영덕) 연합회 영양군 회장 등을 맡으면서 영양군의 각종 행사 알리미 역할도 하고 있다.

박 부군수는 "40년 무탈하게 공직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고향 영양군 주민들의 격려와 도움 때문"이라며 "이제 받은 사랑을 봉사하며 돌려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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