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가상 결혼 종료한 윤정수·김숙

아듀! '쇼윈도 부부'…하마터면 우리 '진짜 결혼'할 뻔했어!

'쇼윈도 부부'라는 타이틀과 함께 큰 인기를 누리던 윤정수와 김숙이 가상결혼 생활을 종료하고 친한 '동료' 사이로 돌아간다. JTBC '님과 함께 시즌 2-최고(高)의 사랑'이 26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하겠다는 소식을 알린 가운데, 최근 '쇼윈도 부부'는 이별여행을 하며 이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일정을 마쳤다. 이별여행은 춘천에서 진행됐으며 '쇼윈도 부부' 윤정수-김숙, 그리고 후발주자로 프로그램에 합류했던 '친친커플' 김영철-송은이가 함께했다. 앞서 19일 방송분을 통해 두 커플의 이별여행 일부가 공개됐으며, 최종회에서 남은 이야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종영 소식과 함께 가장 주목받은 건 역시 '쇼윈도 부부'의 이별이다.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가상부부로 연을 맺으며 사랑받은 만큼 그들을 보내는 시청자들의 아쉬움도 크다.

◆윤정수-김숙, 큰 기대 없이 가상결혼 시작

'님과 함께 2'는 2014년에 방송됐던 가상결혼 프로그램 '님과 함께'의 인기를 이어받아 시즌 2로 기획됐다. '님과 함께'는 당시만 해도 채널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JTBC가 연령대가 높은 시청자들까지 아우르며 주목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등 입지가 확고했던 기존 가상결혼 프로그램과 노선을 달리하겠다며 아예 출연자들의 연령대를 높이는 전략을 채택했다. 그래서 시즌 1 초기에는 임현식-박원숙과 같은 원로배우 커플을 비롯해 지상렬-박준금 등 중년 연예인들이 출연했으며, 김범수-안문숙 커플이 인기를 얻으며 최고 4%대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다만, 전국적으로 고연령대 시청자들을 공략해 높은 시청률을 얻는다는 전략의 성공과 별개로 프로그램의 퀄리티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까지 끌어내지는 못했다. 시즌 2 제작에 대한 논의 역시 회의적으로 보였지만, 때마침 장서희라는 스타가 캐스팅되면서 '님과 함께 2'의 제작에 가속도가 붙었다. 2015년 론칭한 '님과 함께 2'는 시즌 1에 비해 연령대를 낮췄으며 혼기가 꽉 차거나 이미 혼기를 넘긴 이들을 출연시켜 '만혼'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시즌 2의 첫 출연자들은 윤건-장서희, 그리고 시즌 1의 인기를 견인했던 김범수-안문숙 커플이었다.

하지만 막상 시즌 2가 시작된 후의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다. 장서희의 인지도에 기대며 시작했던 기획이지만 윤건-장서희 커플이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믿을 만한 카드가 통하지 않아 슬슬 시즌 2를 접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올 무렵, 기존 출연자들이 하차하고 돌연 윤정수와 김숙이 투입됐다. 가상결혼 프로그램 사상 첫 개그맨-개그우먼 조합이었다. 장난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했고 프로그램의 종영 수순을 밟고자 투입된 '패전처리 투수'처럼 보이기도 했다. 당시 윤정수는 파산 이후 오랜 기간 방송사 메인 프로그램에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으며 김숙 역시 주목도가 높은 인물은 아니었다. 그렇게 '님과 함께 2'가 종영 시기를 조율하는 듯했다.

◆예상치 못했던 '쇼윈도 부부'의 잭팟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일이 생겼다. 2015년 10월 윤정수와 김숙의 가상결혼 생활이 시작된 후부터 '님과 함께 2'의 시청률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첫 만남의 순간부터 티격태격하면서 완강하게 서로 거부하는 커플. 그러면서도 "그래도 일은 해야 하니까"라며 '쇼윈도 부부'로 지내자고 합의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터트렸다. 없는 감정까지 억지로 짜내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려 노력하던 대다수 가상결혼 프로그램의 출연자들과 상반되는 분위기. 가상결혼 프로그램에선 도무지 볼 수 없었던 이 생소한 장면들이 은근한 재미를 자아냈다. 스킨십 금지 항목 등을 포함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오직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윤정수와 김숙을 보며 시청자들은 '오히려 더 현실적'이라고 반응했다.

향후 두 사람의 선전 덕분에 '님과 함께 2'는 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으로 무려 6%를 뛰어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프로그램의 인기와 함께 공개적으로 "7%가 넘으면 진짜로 결혼하겠다"던 두 사람의 공약이 화제가 됐으며, 이에 '시청률을 올려 윤정수와 김숙을 결혼시키자'는 분위기가 조성돼 '쇼윈도 부부'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윤정수와 김숙이 길거리로 나가 '님과 함께 2'의 본방송 시청을 자제하고 재방송이나 다시보기로 봐달라고 외치는 에피소드가 방송에 나오기도 했다. 방송에서는 장난스럽게 다뤄졌는데,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두 사람이 '님과 함께 2'가 7%를 넘겼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나름 고민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정도로 '쇼윈도 부부'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가 높았고 관심이 뜨거웠다. 이를 계기로 윤정수는 전성기를 되찾아 다시 '바쁜 연예인'이 됐으며 빚까지 청산하고 '꽃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 김숙도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메인 출연자로 불려다니며 데뷔 후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2015년 10월 '님과 함께 2'에서 가상결혼 생활을 시작한 윤정수와 김숙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만 2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부부' 역할을 이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의 '동지애'가 진해져 서로 바라보는 눈빛도 바뀌었다. 김숙과의 가상결혼 생활을 기점으로 경제력을 회복하게 된 윤정수는 어디를 가든 공개적으로 김숙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윤정수가 모친상을 당했을 때는 김숙이 실제 아내처럼 빈소를 지키기도 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실제 결혼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카메라 앞에서 신나게 웃음을 주고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는 동안, 두 사람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베스트 커플'로 발전했다.

◆흥미로운 캐릭터로 공감대 형성

가상결혼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사방에 깔린 카메라 앞에서, 오직 제작진으로부터 넘겨받은 단순한 몇 가지 설정을 활용해 애드리브로 분량을 채워나가야 한다. 차라리 상대가 이성으로 느껴져 마음이 흔들린다면 더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저 '일'이라는 이유로 프로그램에 출연하므로 카메라 앞에서 보여줄 자신의 모습을 두고 다각도의 계산을 할 수밖에 없다. 이때 자칫 '오버'를 하면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주게 되고 '억지스럽다' 등의 지적을 받게 된다. 놀이공원을 가든 집안에서 음식을 해먹든 주어진 상황과 설정을 활용해 적절한 재미를 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출연자들의 능력이고 가상결혼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윈윈'을 위해서는 각본 없는 촬영에서 남녀 출연자의 호흡이 척척 들어맞아야만 한다.

시작과 동시에 '쇼윈도 부부'라는 커플 캐릭터를 만들어낸 윤정수와 김숙은 시간이 지나면서 프로그램상에서 개개인의 캐릭터를 한층 더 공고히 다듬어나갔다. 파산 후 빚더미에 앉아 힘들게 살았던 윤정수는 실제 자신의 상황을 카메라 앞에서 꾸밈없이 살려 솔직하고 꾸밈없는 남자라는 인상을 남겼다. 동시에 경제권을 상실하고 아내 앞에서 쩔쩔매는 공처가 이미지를 만들어 깨알 같은 웃음을 줬다. 알뜰하게 저축하며 실속있게 살아가는 살림꾼으로 소문난 김숙은 '님과 함께 2'에서도 '파산남' 윤정수를 끌어주고 보듬어주는 평강공주의 모습을 보였다. 또한, 재력과 화통한 성격으로 남편을 휘어잡는 '가모장'의 캐릭터를 만들어 시청자들을 웃게 하였다. "남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있다" "어디 아침부터 남자가 인상을 써" 등의 멘트로 여자 시청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쪽이 세게 나가면 한쪽이 받아주며 균형을 맞춰준다. 웃음의 요소가 발견되면 욕심부리지 않고 먼저 치고 나갈 수 있는 쪽에서 움직이도록 길을 열어준다. 그리고 억지 감동을 자아내려 애를 쓰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표현할 때도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도 서로 배려하고 호흡을 유지한다. '쇼윈도 부부'가 긴 시간 동안 사랑받은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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