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흙수저 들러리 세운 공공기관 채용 비리, 기가 막히다

감사원이 최근 공공기관 직원 채용 과정을 들춰보니 부정과 비리의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자격이 안 되는데도 정치권과 정부 상급기관의 청탁을 받고 특혜 채용하는가 하면 점수를 조작하거나 채용 인원을 더 늘려 친인척'지인을 뽑은 공공기관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검찰은 20일 강원랜드와 한국서부발전, 한국석탄공사 등 공공기관 4곳을 압수수색하고 곧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과연 어떤 흑막이 실체를 드러낼지 벌써 국민 시선이 쏠린다.

감사원이 이달 초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운영 실태'를 보면 53개 감사 대상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채용 부정이 없는 기관을 꼽는 게 더 빠를 정도로 만연해 적폐도 이런 적폐가 없다. 강원랜드의 경우 2012~2013년 채용자 518명 중 493명이 부정청탁과 관련된 것으로 강한 의심을 받고 있다.

높은 임금과 좋은 근무 여건 때문에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 의혹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와 사법당국이 제대로 점검하지 않으면서 이제는 곪을 대로 곪아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판단하기 힘든 지경이 됐다. 과거 여당의 힘 있는 실세들이 부정 채용에 줄줄이 개입한 의혹에서부터 산업통상자원부 등 상급기관의 입김에 눌려 자격도 없는 직원을 뽑는 등 그 비리 정황도 천태만상이다.

게다가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금융감독원까지 채용 비리가 심각하다며 감사원이 20일 결과를 공개했다. 일부 고위 간부들이 청탁받은 지원자를 뽑기 위해 채용 인원을 마음대로 늘리거나 서류를 교묘히 조작해 합격자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고도 금감원은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며 둘러대고 있으니 얼굴이 두꺼워도 너무 두껍다.

20, 30대 청년 태반이 백수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그런데도 공공기관들은 뒷구멍으로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일자리를 가로채고 있다. 이낙연 총리의 비판대로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는 반사회적인 범죄다. 비리에 연루된 사람에게는 단호하게 책임을 묻고, 이중삼중의 재발 방지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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