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일주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은 우리 민족의 전통을 되새기고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최대의 명절이다. 그동안 떨어져 지냈던 그리운 가족과 친지들을 만날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마음이 즐겁고 넉넉해진다.
해마다 추석이 되면 우리 민족은 1년 내내 땀 흘려 키운 햅쌀로 밥을 짓고 송편을 만들어 조상님들께 차례를 지낸 다음 성묘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런 전통이 점차 쇠퇴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추석에 차례상을 차리겠다고 응답한 가구가 지난해 74.4%에서 올해는 71.2%로 줄었다고 한다. 구색만 갖추겠다고 응답한 사람도 지난해보다 5% 이상 증가하였고 바나나, 멜론, 파인애플, 망고와 같은 수입 과일을 차례상에 올리겠다고 한 응답자도 20%나 되었다고 한다.
명절 연휴만 되면 골프장은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공항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면서도 20만원 내외의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며 차례상에 수입 농산물을 올리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풍년농사에 감사하고 조상을 기리는 추석의 의미를 생각할 때 전통 민속에 맞지 않을뿐더러 조상에 대한 예의에도 어긋난다.
오랫동안 농업계에서 일해 온 필자로서는 우리의 유통 현실도 참담하게 느껴진다. 서구문화와 유통업체의 상술이 뒤얽힌 정체불명의 문화가 판치면서 수입 식품이 선물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신선한 우리 먹거리는 점차 진열대의 한구석으로 밀려나고 마트마다 넘치게 진열되어 있는 수입 농산물은 우리 농산물만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번 추석을 앞두고 수입 과일 선물세트를 대폭 확대하여 출시하고 있다. 추석 차례용품과 선물세트마저 외국 농산물이 대량으로 유통되면 국내 농가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설'추석 명절에 주요 농'축산물의 40%가량이 선물용으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이는 도시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추석 특수로 농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져야 공산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농촌에 고향을 둔 도시민들의 마음도 넉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물은 소중한 사람에게 건네는 마음의 징표로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우리 농산물 선물세트는 선물하는 사람의 품격을 높여 줄 것이다. 혹독한 가뭄과 폭염을 이겨내고 생산한 우리 농산물에는 농부들의 초인적인 노력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 농산물로 만든 선물은 주는 사람의 마음과 함께 온갖 어려움을 이겨낸 농부의 노력과 정성도 함께 전달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올해는 예년보다 추석이 늦어 우리 농산물의 수급이 원활하고 가격도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과일은 수확 시기에 햇볕을 많이 받아 맛과 색깔이 어느 때보다 좋다고 한다. 추석 특수를 노리는 하나로마트 등 유통업체에서도 최대 30%까지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추석을 준비하는 도시민의 가계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추석에는 우리 농산물로 과하지 않은 수준의 선물을 정성껏 준비해 서로의 정을 나눠보자.
이 땅에서 농업인들이 정성으로 키워낸 농산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차례상을 차리는 것은 조상에게 예의를 다하는 일이며, 농업인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아울러,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 고향의 훈훈한 마음을 전해 선물하는 사람의 품격을 더욱 높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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