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청 신청사 연못 2개 있는데…실개천 만든다고 30억원 씁니까

1년밖에 안된 인도 뜯어내고 공사 진행해 예산 낭비 지적

21일 오후 경북도청 신청사 건물 앞 인도에서 실개천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1일 오후 경북도청 신청사 건물 앞 인도에서 실개천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저기 돼지 죽통처럼 생긴 저건 뭡니까?"

지난 21일 오후 경북도청 신청사를 방문한 한 주민이 호기심 담긴 말을 던졌다. 이날 신청사 본관 앞 인도에서는 굴착기 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근로자들이 기존에 조성된 보도블록을 걷어낸 자리에 주민이 '돼지 죽통'이라고 부른 'U자' 모양의 화강암을 줄지어 놓고 있었다. 방문객들은 "도청 건물이 지난해 완공됐다고 들었는데 멀쩡한 인도에서 왜 다시 공사를 하는지 의문"이라며 "뭔가 하자가 있어 고치느라 돈을 더 들이는 게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경상북도가 진행 중인 '신도시 실개천 조성사업'이 신청사 방문객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개청식을 했던 도청 앞마당에서 다시 '공사판'이 벌어져 괜한 예산 낭비 사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북도는 지난 5월부터 내년 1월 완료를 목표로 신청사와 천년숲 일대에 사업비 32억여원으로 돌수로(실개천 1호'288m)와 자연형 계류(실개천 2~4호'695m), 유상곡수거(135m'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 풍류를 즐긴 장소를 본뜬 시설)를 만들고 본관 앞 세심지 경관을 개선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도는 이 사업이 신도시와 신청사 관람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신도시 주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방문객들은 '보여주기식 예산 낭비'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주에서 신도청 구경을 왔다는 한 주민은 "멀쩡한 인도를 뜯어내고 돌로 된 수로를 깔아 실개천을 만드는 것 같다. 지금도 가까이에 연못이 있어 보기 좋은데 왜 국민 세금을 들여가며 물을 흐르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현재 경북도청 신청사 앞에는 경주의 신라 동궁과 월지를 본뜬 2천100㎡ 크기의 세심지가 있으며, 옆에는 청사 준공 후 26억원을 들여 폭포와 정자 등으로 주변을 가꾼 원당 저수지가 있다.

30억원이 넘게 드는 이 사업은 공무원 사이에서도 궁금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도청 직원은 "지금 공사 중이라면 지난해 신청사 개청 직후 사업 계획과 설계, 예산 확보 등 기획이 이뤄졌다는 의미인데, 애초부터 공사를 하지 않은 게 의아하다"며 "개천에 물이 흐르도록 하면 운영비도 들어갈 테니 간단한 사업은 아닌 셈"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경북도 관계자는 "애초 신청사 조성 기본 계획에 실개천 조성이 포함돼 있었지만, 지난해 3월 개청식 일정에 맞추느라 잠시 미룬 것"이라며 "여름 방문객에게 청량감을 주는 등 공사가 완료되면 모두가 만족할 것이다. 돌수로 외에 천년숲을 가로지르는 실개천 조성과 세심지 정비 등이 포함돼 사업비가 많이 드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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