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아동 발 되어준 산악구조대, 포항 오어지서 '아름다운 산행'

배낭형 캐리어·휠체어에 태우고 둘레길 7km 함께 걸으며 웃음꽃

23일 오전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어사 오어지 앞에서 현우(가명'15)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환하게 웃었다. 가을 하늘 같은 청명한 미소였다. 현우는 뇌병변장애 1급으로, 도움 없이는 거의 움직일 수 없다.

활동적이고 밝은 성격을 가진 현우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지만 오늘 현우는 구조대와 자원봉사자 아저씨들 덕분에 신이 났다. "매일 집에만 있었는데 아저씨들이 저의 손을 이끌고 가을 정취를 맘껏 만끽하게 도와줬어요. 가을을 선물한 아저씨들의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저도 커서 다른 이를 열심히 돕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포항시산악연맹 산악구조대와 포항시건강가정지원센터는 지역의 지체장애인 가족과 함께 매년 '아름다운 산행이야기' 행사를 갖고 있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은 행사는 오어지 둘레길 7㎞를 걸으며 시작됐다.

지체장애를 가진 아동 7명의 손발을 자처한 산악구조대원 20여 명과 자원봉사자 20여 명이 행사에 동참했다. 이들은 배낭형 캐리어와 휠체어 등에 장애아동을 태우고 둘레길을 걸었다. 봉사자들은 아버지가 아들을 목말 태우듯 가볍고 경쾌하게 걸었고, 장애아동은 가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장애아동 또래의 봉사자들은 산행안전도우미 역할과 식수 지원 등에 손길을 보태며 '아름다운 산행이야기'를 더욱 훈훈하게 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장애아동들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이야기꽃을 피웠고, 봉사자들은 어눌하지만 행복해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뇌병변장애를 앓는 준희(10) 양은 "행복한 시간을 준, 그리고 늘 잊지 않고 찾아준 아저씨들에게 감사드린다. 몸이 불편한 다른 많은 친구들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봉교(48) 포항시산악연맹 부회장은 "산행에서 돌아온 장애인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과 위안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윤정(47) 포항시건강가정지원센터 팀장은 "'아름다운 산행이야기'가 끝나지 않는 스토리로 이어져, 장애아동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주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산악연맹 산악구조대와 포항시건강가정지원센터는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작은 행복을 전하고 산행의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2014년부터 매년 '장애우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산행이야기' 행사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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