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점업계도 학교 부정입찰 만연…명의 빌려 도서 구입 입찰 참여

한 학교에 418개 업체 우르르, 유령 업체 서점 300여개 추정

경찰이 학교 졸업앨범 부정 입찰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지역 서점업계에서도 같은 의혹이 제기됐다. 서점업계에도 유령 업체를 동원한 학교 부정 입찰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지역 서점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구에 유령 업체로 추정되는 서점이 무려 3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계자들은 "업종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라는 점을 악용해 가족 등 다른 사람 명의로 유령 업체를 우후죽순 만들어 낙찰 확률을 높이는가 하면, 아예 '입찰대행업체'가 수수료를 받고 학교 입찰을 대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유령 업체들 때문에 많은 실제 서점들이 학교 낙찰 확률이 떨어져 줄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서점업계의 얘기다. 정의창 대구서점조합장은 "학교가 도서 구입 입찰 공고를 내면 이들 유령 업체가 무더기로 써내 지역에서 실제 서점을 운영하며 한 번만 써내는 업체들의 낙찰 확률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며 "2015년 학교 도서 입찰이 본격 도입된 이후 해마다 10여 개 업체가 도산해 현재 140여 개만 남은 실정"이라고 했다.

실제 최근 대구 모 초등학교가 대구 소재 서적 도'소매업체를 대상으로 도서 입찰을 공고하자 총 418개 업체가 입찰에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실제 지역 서점은 35개 업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383개 업체는 유령 업체이거나 전문 입찰꾼들로 추정된다. 한 서점업계 관계자는 "입찰대행업체가 수시로 서점에 팩스를 보내와 '장기간 축적된 입찰 데이터를 활용해 학교 도서 입찰을 대행해 주겠다'고 꼬드긴다"며 "발신번호를 보면 지역번호가 031, 02 등으로 타 지역 대행업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행업체는 낙찰 성공 시 수수료로 낙찰 금액의 5%를 요구한다고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지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지역제한 경쟁입찰제도에도 불구하고 지역 업체가 학교 입찰 시장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수도권 소재의 입찰대행업체들이 대구 소재 정육점, 주유소, 컴퓨터 업체 등 아무 업체의 명의만 빌려 세무서에 서적 도'소매업을 추가로 등록하고 학교 입찰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결국 입찰 참가 업체들의 사업자 등록상 주소지가 대구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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