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지금 국민들은 우리 정치도, 또 사법부도 크게 달라져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강도 높은 사법 개혁을 주문했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국민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사법 개혁을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제 국민은 김 대법원장의 이 약속이 이행될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에 해당하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지명될 때부터 법원을 문재인 정권의 성향에 맞춰 '코드 사법부'로 변질시킬 가능성을 우려하는 소리가 많았다. 김 대법원장의 최대 과제는 이런 걱정을 기우(杞憂)로 만드는 일이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말이 그저 해 본 말이거나 야당의 공격을 모면하기 위한 위장(僞裝)이 아니어야 한다.
김명수 체제 사법부가 '코드'에서 자유로우려면 김 대법원장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여당에 의한 '사법의 정치화'부터 없어져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부터 사법의 정치화는 심화됐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그랬다. 당시 문 대통령은 "탄핵 인용이 아니면 혁명"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에 대한 노골적 부정이었다.
이런 반민주주의적 행태는 문 정부 출범 후에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여권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징역 2년을 복역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기소한 검찰과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 재판부까지 모두 '적폐 세력'으로 몰았다. 증거에 입각한 검찰의 기소와 사법부의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피의자인 국정원 퇴직자 모임 회원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당은 "적폐 청산을 원하는 국민 요구에 안 맞는다"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했다.
사법 개혁의 요체는 사법부 독립의 확고한 정착이다. 이것 없는 사법 개혁은 거짓이다. 이를 위해서는 판사들이 오직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여권의 '사법의 정치화'는 이를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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