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43) 영남대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건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성공한 팔 이식 수술 덕분이었다. 이 교수는 영남대의료원 팔이식위원장으로 우상현 W병원장과 함께 팔 이식 수술 전반에 참여했다. "전공의 시절 우 병원장님과 준비했던 수술이 현실로 이뤄지니까 정말 감회가 새로웠죠. 그동안 팔 이식 수술을 가로막던 각종 규제들도 한꺼번에 풀리더군요." 사실 이 교수의 전문 분야는 유방재건술이다. 유방을 절제한 유방암 환자에게 가슴을 돌려주는 수술이다. 그는 최근 4년 동안 SCI 및 SCIE(과학논문 인용색인)급 국제 학술지 등 28편의 논문을 게재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교수는 "하루종일 가슴만 쳐다보고 있는 게 그닥 좋은 건 아니다"며 웃었다.
◆"성형외과 의사는 칼을 든 정신과 의사"
이 교수는 "성형외과는 환자와 공감하면서 치료하는 분야"라고 했다. 환자와 함께 상처를 보며 공감하고, 환자들도 자신의 눈으로 수술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성형외과는 미용적인 섬세함이 필요해요. 단순히 결손된 부분을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미용적인 측면까지 고려하니까요. 강박적인 면도 있어요. 저는 특히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 때 오타가 있거나 줄 간격이 흐트러지면 굉장히 신경이 쓰여요. 하하."
이 교수는 주로 유방암 환자의 가슴에 보형물을 넣어 유방을 재건하는 수술을 한다. 유방재건수술은 주로 자가조직을 이식하거나 보형물을 넣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는 연간 70~100건가량의 유방재건술을 한다. 영남대병원 내에서 수술 건수로는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술이 많다.
그는 "성형외과 전문의는 칼을 든 정신과 의사"라고 했다. "사실 유방암으로 유방을 절제한 환자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고, 자존감이 떨어져요. 그런 분들에게 가슴을 다시 만들어주면 삶의 질이 크게 높아져요. 상실감이 회복되는 거죠."
그는 방대한 자료를 활용한 연구보다는 실제 수술에 접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선호한다. "유방에 보형물을 넣으면 유륜이 당겨 올라가요. 이때 유륜 위치를 고정해서 양쪽의 대칭이 맞게 하는 거죠. 또 비어 있는 유방 윗부분을 옆구리에 있는 살로 채워주거나 옆으로 처진 살을 당겨서 메워줍니다. 미용적인 면은 훨씬 개선되죠."
그는 문신도 하고 미술도 배운다. 타투이스트에게 배운 문신 기술로 유륜과 유두에 문신으로 색깔을 입히고, 가장 본인의 가슴과 비슷하도록 잉크를 섞는다. 수술 전에 수술할 곳을 그리는 수술 디자인도 집중한다. "사실 미술 쪽에 재능이 없어서 고생을 꽤 했어요. 사람마다 유두의 색은 다 다르지만 잉크는 4, 5가지밖에 없거든요. 그래도 하다 보니까 늘더라고요."
◆지방흡입술과 보형물 결합한 유방 재건 연구
이 교수는 요즘 보형물 삽입과 자가조직이식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수술법을 연구 중이다. 보형물의 경우 수술이 간단하고 합병증이 적지만 보형물을 넣지 않은 가슴과 같은 모양을 만들기가 어렵다. 자가조직이식은 뱃살이나 등 부위의 살을 이식하지만 수술 부담이 크고 흉터가 남는 게 단점이다. 이 교수는 보형물을 삽입하되 지방흡입술로 빼낸 다른 부위의 지방을 이식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흉터가 작고 보형물 삽입과 병행할 수 있는데다 유방의 모양도 자연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유방재건술에서 보형물 아래에 넣는 인조진피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유방재건술에서 보형물의 형태가 피부 위로 비치지 않도록 대흉근 아래 보형물을 넣고 인조진피를 댄다. 인조진피는 두꺼울수록 촉감이나 질감이 낫다. 그러나 인조진피의 면적이 넓으면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발생한 장액이 과도하게 고여 염증이 생기는 장액종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이 교수는 인조진피가 넓을수록 장액종이 일어날 위험은 크지만 두께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유방재건술에 이어 몸매 교정술이나 복부성형술 등 체형 교정수술에도 관심이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은 몸매를 교정하는 데 더 집중해요. 체형교정은 개원의들이 잘 하지 않는 분야이고, 비전문의들이 많이 했는데요. 다시 성형외과로 가져올 생각이에요."
◇이준호 교수
▷1974년 대구 출생 ▷영남대 의과대 박사과정 수료 ▷영남대의료원 성형외과 교수 ▷대한성형외과학회 최우수논문상(2010, 2011) ▷대한성형외과학회지 우수심사위원상(2015) ▷영남대의료원 팔이식위원장 ▷대구경북 부작용모니터링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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