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 할매할배의 날 확산 앞장] <1>경상북도, 할매할배의 날을 만나다

3대 모여 새로운 孝 문화 창출…전 세대 아우르는 인성교육

경북도는
경북도는 '랑랑(손주랑 할매할배랑) 콘서트' 등 3대가 함께할 수 있는 각종 공연과 연극 등을 만들어 할매할배의 날을 알리고 있다. 경북도 제공
2014년 10월 예천군 문화회관에서는
2014년 10월 예천군 문화회관에서는 '할매할배의 날' 시작을 알리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도내 기관장, 3대 가족, 지역주민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할매할배의 날' 선포식이 열렸다. 경북도 제공

경상북도, 할매할배의 날을 만나다

손주랑 할매할배랑 문화의 장 열다

인성교육의 출발점, 할매할배의 날에서 찾다

경북을 넘어 전국으로, 국가기념일 제정

경상북도 화목한 가정 가족 인터뷰

"손자'손녀 만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입니다.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할매할배'들의 소망은 이처럼 소박하다. 명절, 생일, 어버이날 등 특별한 날에만 손자'손녀를 만나는 것이 보통이다. 손자'손녀들은 바쁘다. 학원수업을 들어야 해 시간이 없고, 멀어서 만나기 힘들기도 하다.

이 같은 할매할배들의 소망을 해결하기 위해 경상북도가 나선 지 3주년을 맞았다. 경북도는 지난 2014년 10월 할매할배의 날을 선포했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부모가 자녀들을 데리고 조부모님을 찾아가 삶의 지혜를 배우자는 취지다. 손자녀'부모'조부모 3대 간 잦은 만남과 소통으로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이루는 날을 만든 것이다.

이제 경북도는 '할매할배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기 위해 뛰고 있다. 경북을 넘어 전국으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할매할배의 날'을 5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옛말이 된 동방예의지국

소름 끼치는 사건들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캐릭터 커뮤니티'에 빠져 어린 초등학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 또래 친구를 몇 시간씩 끌고 다니며 피투성이로 만든 여중생 폭행사건 등은 충격적이다.

아직 어리고 여리기만 하다고 생각한 아이들이 저질렀다고 믿지 못할 정도로 잔인하고, 죄의식 없어 보이는 아이들의 태도 탓에 사회 전체가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족해체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올바른 인성 함양을 담당하던 가정교육이 사라지고 경쟁에만 내몰리는 학교교육에 매달리게 된 지금의 세태를 반영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정폭력, 존'비속 살인 등 한국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효와 예 사상은 교과서에만 존재하는 공허한 외침이 되고 있다. 중국인이 극찬하던 동방예의지국, 군자국의 이미지는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퇴장할 위기에 처했다.

◆경북도 '할매할배의 날'을 만나다

역적으로 몰린 이순신을 위해 선조에게 상소문을 올리며 적극 구명에 나섰던 '약포 정탁', 효성이 지극해 효의 화신으로 추앙받았던 인물 '도시복'. 경북도는 수많은 충신과 하늘도 감동시킨 효자들이 나고 자란 충효의 고장이다.

경북도는 이러한 가정 붕괴의 모습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급속한 노령화 및 핵가족화로 인한 노인 문제, 과도한 경쟁'성과 제일'물질만능주의로 인한 인성 부재 현상 등 각종 사회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열쇠를 마련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었다.

그 결과 대가족 사회의 장점을 바탕으로 조부모 중심의 가족공동체 회복을 위한 '할매할배의 날'이 힘찬 출발을 하게 됐다.

할매할배의 날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은 부모와 손자녀가 함께 조부모를 찾아가는 날'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설, 추석 등 명절에만 만나는 가족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1'2'3세대가 함께 모여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며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자는 의미를 가졌다.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인 가정을 튼튼하게 만든다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노인'청소년'가정 문제 등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리라는 믿음으로 시작된 생활실천운동이다.

조부모와 손주 간 만남을 통해 인성교육의 기초를 다지고 가족공동체 회복의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 할매할배의 날을 표현하는 핵심요소인 것이다.

◆할매할배의 날 3주년 맞는다

2014년 10월 예천군 문화회관에서는 '할매할배의 날' 시작을 알리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도내 기관장, 3대 가족, 지역주민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할매할배의 날' 선포식이 열렸다. 질곡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감당해 오신 할머니'할아버지와 디지털과 풍요, 글로벌화에 익숙한 우리의 손자녀들이 서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이루어 세대 간의 이질적인 의식과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나아가 융합문화를 창조하고자 하는 뜻을 담았다.

조금도 지체하거나 방치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나라와 후손을 위해 일생을 바치고 쓸쓸하게 고향을 지키고 계시는 할매할배를 손자녀들이 주저 없이 찾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원만하고 화목한 가족관계와 건전한 사회를 지탱해주는 '평형수'가 되리라는 확신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후에는 조례 제정에 나섰다. '할매, 할배'라는 방언을 조례에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지역어 보전을 위한 노력의 하나라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할매할배의 날 정의, 기념일, 각종 사업 등을 골자로 한 '할매할배의 날 조례'를 신설하게 됐다. 이어 할매할배의 날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담당 부서를 신설했다. 대구경북 7개 공공기관과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도내 23개 시'군별 양로시설, 학교와 결연을 통해 사업을 추진해 나갔다.

또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성교육을 추진했으며, '랑랑(손주랑 할매할배랑) 콘서트' 등 3대가 함께할 수 있는 각종 공연과 연극 등을 만들어 홍보를 시작하며 할매할배의 날 첫걸음을 내디뎠다.

◆가족을 위한 데이(Day)! 할매할배의 날!

"할아버지가 밖에 나갔을 때 날이 저물면 슬퍼하고 밤에 졸려도 자지 않고 안타까워하며, 늦게 돌아온다고 원망한다. 이것이 진정 더불어 사는 것, 한 뿌리 한 가지에서 나온 까닭이다."

조선시대 학자 묵재 이문건은 손자(이수봉)가 태어나 16세가 되는 해까지 양육하며 시와 편지 형식의 육아일기 '양아록'을 썼다. 술로 방탕한 생활을 하는 손자 이수봉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이 글을 읽고 크게 뉘우쳤으며 임진왜란 당시 의병대장으로 활동하며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할매할배의 날의 역사적 배경이기도 한 '양아록'을 통해 인격형성에 있어 조부모의 역할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고 한 뿌리 한 가지라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게 된다.

할매할배의 날은 섬김과 봉양을 넘어선 함께함의 가치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효 문화를 창출하고 우리 사회를 좀 더 따뜻하고 안전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적으로는 풍족하지만 정서적으로 궁핍한 시대에 잊혀 가는 가족 간의 정을 되살려 사람 냄새 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바람으로 제정됐기 때문이다.

권영길 경북도 복지건강국장은 "인성이 넘치는 화목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 할매할배의 날이 앞장서 나가겠다"면서 "전국에 할매할배의 날 바람이 불어 매월 마지막 토요일, 어르신들에게 최고의 선물인 손자녀를 안겨주는 날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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