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동궁서 수세식 화장실 유적 발견

통일신라시대 제작 추정, 건물·변기·배수시설 "왕실서 사용한 고급 화장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6일 신라의 태자가 생활하던 별궁인 경주 동궁(東宮)에서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세식 화장실 유적이 발견됐다고 발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6일 신라의 태자가 생활하던 별궁인 경주 동궁(東宮)에서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세식 화장실 유적이 발견됐다고 발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신라의 태자가 살았던 경주 동궁(東宮)에서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 중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세식 화장실 유적이 나왔다. 우리나라 고대 화장실 유적 중에 화장실 건물과 석조변기, 오물 배수시설이 모두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6일 경주 '동궁과 월지'(사적 제18호) 북동쪽 지역에서 발굴한 석조변기와 배수시설을 공개했다. 석조변기는 타원형 변기 좌우에 발을 디딜 수 있는 널찍한 직사각형 판석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 용변을 보면 오물이 암거(暗渠: 물을 빼낼 수 있도록 밑으로 낸 도랑)를 통해 배출되는 형태다.

타원형 변기는 길이 90㎝, 너비 65㎝ 크기로, 옴폭 팬 변기에는 지름 약 12㎝인 구멍이 뚫렸다. 구멍은 기울어진 암거를 통해 배수로와 연결된다. 타원형 변기 위에 올린 판석은 길이가 175㎝, 너비가 60㎝다.

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물을 유입하는 설비가 따로 갖춰지지 않은 점으로 미뤄 항아리에서 물을 떠서 변기에 흘려 오물을 씻어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며 "화강암이 쓰였고, 변기 하부와 배수시설 바닥에 타일 기능을 하는 사각형 전돌을 깐 것을 보면 신라왕실에서 사용한 고급 화장실로 판단된다"고 했다.

지금까지 경주'익산 등지에서 고대 화장실 유적이 출토됐다. 익산 왕궁리에서는 7세기 배수저류식 화장실 유적과 뒤처리용 나무 막대기가 나왔으나 석조변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주 불국사에서는 8세기에 제작된 변기형 석조물이 발견된 바 있다.

이번 발굴 조사에서는 길이가 110m에 이르는 배수로와 깊이가 7.2m인 우물에서도 유물이 출토됐다. 배수로는 통일신라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매립 당시 바닥에 소의 엉덩뼈를 두고 토기를 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물은 통일신라시대 말기에 토기와 작은 사슴을 넣어 의례를 지낸 뒤 폐기됐는데, 그 위 토층에서 인골 4구가 나왔다.

장은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인골은 30대 남성과 8세 소아, 3세 이하의 유아, 6개월 미만의 아이로 분석됐는데, 모두 고려시대에 묻혔다. 우물을 무덤처럼 활용한 것인지, 인신공양 의례를 지낸 것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과거 안압지로 불린 동궁과 월지(月池)는 7세기 후반에 조성됐다. 1975년 조사에서 인공 연못과 섬, 건물지가 발굴됐고 유물 3만여 점이 출토됐다. 2007년부터는 동궁과 월지 북동쪽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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