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한 번 하자란 말을 가끔 듣는다. 언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시가 약할 때는 자주 들었다. 기자 생활의 절반 이상을 스포츠를 담당하고, 데스크를 오래 했기에 주위에서는 골프를 아주 좋아하고 잘 치는 줄 안다. 이론적으로 골프에 대해 잘 무장했기에 골프 얘기가 낯설지는 않다. 잠자리에 든 천장에 공이 빙글빙글 돌아간다는 아내 친구의 얘기에도 맞장구를 친다. 하지만 아직 머리를 얹지 않았고, 입문할 생각도 없다.
왜 골프를 운동이라고 할까. 골프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여겨지던 시절, 이를 피해 편하게 들리는 운동이란 말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만 실제 골프는 훌륭한 운동이다. 스포츠 본연의 신체를 단련하는 면뿐만 아니라 수양이나 집중 등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다른 종목에 비해 장점이 많다. 격렬한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좋고, 이를 피할 나이가 됐을 때 입문하면 좋을 듯싶다. 18홀 기준으로 4시간 정도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는 운동이 골프다. 게다가 끊임없는 계산과 마인드 컨트롤로 정신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접대를 통한 친분 쌓기, 욕망을 자극하는 도박성 내기에도 적절하니 일석사조의 효과를 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장점이 많은 골프를 시작하지 않았기에 기자는 애초의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틈날 때마다 걷고 뛰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경제적인 면과 사적인 교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최상의 운동이다. 거창한 이유를 달지 않아도 되는 매력 넘치는 운동이 달리고 뛰는 마라톤이다. 고위 공직자가 현충일과 같은 특정일에 골프를 치면 비난받는 뉴스가 되지만 마라톤대회에 나가는 것은 이슈가 되지 않는다.
평일 안동에 살면서 나름 규칙적으로 걷고 달린다. 안동댐과 임하댐 아래로 안동시내를 가로지르는 낙동강변에는 마라톤 코스가 잘 조성돼 있다. 시원하게 흐르는 물 옆으로 걷고 달리거나 앉아 쉬면서 힐링을 한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이런 야외 활동을 하는 시민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자주 걷는 코스가 우레탄이 아닌 아스팔트로 포장된 자전거길이라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누굴 탓할 일은 아니다.
비단 여기뿐이랴. 면 소재지가 있는 소규모 농촌 마을에도, 깊은 산자락에도 걷고 달리는 코스가 마련돼 있다.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예산 낭비라는 생각도 들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잘한 일로 여겨진다.
지난달 13일 청송에서는 '2017 청송 트레일런'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가을에 연 대회를 올해부터 한여름 땡볕 대회로 시기를 변경, 차별화를 시도했다. 불볕더위 우려 속에 진행된 이 대회에는 전국에서 극한 날씨를 극복하려는 진정한 마라토너 1천여 명이 참가했다. 한여름을 달궈보겠다는 참가자들의 의지에 기세가 눌렸기 때문이었을까. 대회는 초가을 같은 시원한 날씨 속에 진행됐다.
다가오는 11월 5일에는 또 하나의 이색적인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2017 경상북도 세대공감 마라톤대회'로 올해 처음 마련됐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늦가을에 열리는 많지 않은 마라톤대회다. '세대공감'이란 대회 의미가 전하듯 주최 측은 성적과 기록에 목을 매는 일반 마라톤대회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회에서는 경북 지역 23개 시'군이 참가하는 엘리트&마스터스 시'군 대항전이 펼쳐진다. 하프코스 구간에서 남녀 초등학생부터 일반부 선수까지 참여, 릴레이로 시'군과 개인의 명예를 걸고 실력을 겨룬다.
시상도 기록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누구와 함께했느냐를 중시한다. 하프코스, 10㎞, 5㎞로 나뉜 마스터스 부문은 다양한 특별상을 마련해놓고 있다. 3대화합상, 부부사랑상, 최다참가단체상 등을 마련해 가족'단체의 화합을 유도하고 있다. 마라톤 동호인뿐만 아니라 할아버지'할머니와 아들 부부, 손자'손녀가 함께 걷고 뛰는 잔치로 이 대회가 자리매김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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