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성구 거주를 희망하는 대부분이 자녀 교육 때문에 이사하는 30, 40대 젊은 부부입니다. 상대적으로 비싼 집값에 부모 힘을 빌려 이사 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데, 이제 와 자금조달계획서까지 쓰라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범어동 공인중개사 A씨)
#2. "자금조달계획만으로 판단하면 투기세력뿐 아니라 실거주자들까지도 도덕적'법적 윤리를 어긴 인물로 오해받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정부가 신고 내용을 근거로 세금 탈루 여부까지 들여다보겠다는데, 주택 매매가 끊길 수밖에요."(만촌동 공인중개사 B씨)
26일부터 3억원 이상 주택 구입 시 자금조달계획 신고가 의무화되면서 대구 수성구 부동산 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이날 수성구청과 일대 공인중개업소엔 의무화 시행 여파와 신고 방법에 대한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수성구 거래 절벽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 5일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강력한 규제가 이미 적용돼 시장 충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자금조달계획 신고 어떻게 하나요?
수성구청에 따르면 이날 주택 매매 신고는 고작 30여 건으로 평균 100여 건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구청 관계자는 "자금조달계획 신고 의무화 시행에 따른 혼란으로 보인다. 평소 대비 매매 신고 감소세가 뚜렷했고, 자금조달계획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질의가 잇따랐다"고 밝혔다.
구청에 따르면 이번 신고 의무자는 해당 주택을 사는 매수인으로 구청 토지정보과 토지실거래신고접수 창구에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개업 공인중개사를 통한 주택 거래계약 신고 시 공인중개사에게 60일 이내에 자금조달계획 및 입주계획을 제공해야 한다. 미신고 시 500만원, 허위신고 시 거래 금액의 2%를 과태료로 부과한다.
매수자는 자금조달계획서상 '주택취급자금 조달 내용'에 ▷금융기관 예금액 ▷부동산매도액 ▷주식'채권 매각 대금 ▷현금 등 기타로 분류되는 '자기 자금'과 ▷금융기관 대출액 ▷사채 ▷기타 등으로 이뤄진 '차입금'을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또 이와 별도로 입주 계획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본인이 입주할지, 가족이 함께 입주할지를 밝히고 입주 예정 시점을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 임대를 놓는다면 해당 사실을 적어야 한다.
◆거래 절벽 불가피
수성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은 이 같은 자금조달계획 신고 의무화가 거래 절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개업계는 특히 수성구 주택이 주 수요자인 30, 40대 부부 자력만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매물이라고 강조했다.
황금동 C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성구 이주민 대부분은 증여세 면제 대상인 5천만원 이상의 자금을 자신의 부모 등 가족으로부터 빌리거나 물려받는다. 그 연령대에 4억, 5억원을 보유한 자산가는 흔치 않다. 개인 자산을 일일이 신고할 경우 탈세 혐의자로 몰리거나 법인이 세무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결국 수성구로 이사하려던 이들은 주택 매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성3가 D중개업소 관계자도 "수성구에 3억원 미만인 주택이 거의 없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집값 때문에 대출과 가족의 도움으로 돈을 마련하는 이가 태반이다. 이런 가운데 부모가 집값을 마련해 줬다는 이유로 고액의 증여세까지 내기는 부담이 여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가격 하락은 없을 것
그러나 일부 공인중개업자들은 자금조달계획서 의무 신고제와 무관하게 입주를 시도할 수요가 충분할 것이라며 상반된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애당초 인기 주거 지구인 범어동, 황금동 일대 주택의 매매 시세는 5억원을 훌쩍 넘겨 평범한 서민층이 넘볼 수 없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달 초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까지 낮아진 만큼 보유 자금이 충분치 않은 고객은 일찌감치 이사를 포기했고 자산이 많은 이들만 주택 매입을 고려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9월 6일 이후로도 수성구 부동산 가격은 소폭 내리는 데 그쳤다. 중개업자들은 "수성구 집값이 쉽게 내리지 않는 것은 여전히 자산가를 중심으로 매매 수요가 숙지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미래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지금 매물을 찾는 사람들 때문에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자금조달계획서 신고 조치보다 먼저 적용된 LTV 하락, 조합원 분양권 매매 금지 등 규제가 더욱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은 "앞서 LTV가 하락하면서 집값 마련에 어려움이 닥친 잠재 수요자들이 늘어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자금조달계획서 신고 의무화가 더해진다고 해서 그것이 곧장 거래 절벽을 유발한다고 볼 수는 없다. 기존의 여러 규제와 함께 시행되면 불법 증여를 억제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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