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뜩이나 거래 안되는 판에 누가 집 사겠나

수성구 3억원 이상 주택 살 때 자금출처 신고 의무화, 거래 절벽 확산…대부분 신규 주택 3억 넘어 부담감 커

26일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건물에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26일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건물에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정부가 대구 수성구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주택을 구입할 때 자금조달계획 신고를 의무화하면서 '거래 절벽' 우려가 걷잡을 수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학군 수요가 몰린 수성구 범어동, 만촌동 일대 고가 아파트 단지의 편법 증여나 세금 탈루, 위장전입 등 불법행위 차단에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 자산 노출과 세무조사 가능성 등이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안 그래도 뚝 끊긴 수성구 주택 매매거래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정부가 26일부터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전격 시행하면서 수성구 등 전국 29곳의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과 입주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됐다. 기존 주택을 비롯해 아파트 분양권, 입주권 모두 포함된다.

자금조달계획은 기존 보유 부동산의 매도액과 금융기관 예금, 주식'채권 매각대금 등으로 분류되는 '자기자금'과 금융기관 대출액, 사채 등으로 이뤄진 '차입금' 등으로 구성되며 각 항목의 합은 주택 매매가격과 같아야 한다.

이 같은 자금조달계획 신고 의무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부동산 거래 불법행위 차단에는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가령 신혼부부가 부모의 도움을 받아 신혼집을 마련할 때 부모의 자금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야 해 편법 증여가 어려워진다. 본인 명의가 아닌 가족 등 차명 거래가 한층 까다로워지면서 세금 탈루에도 제동이 걸린다. 수성구 경우 경동초, 경신고, 대륜중'고 등 범어동, 만촌동 일대 수성학군 주변 고가 단지의 투기세력 차단에 효과를 낼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자금조달계획 의무화가 수성구 전체, 나아가 대구 전 지역의 주택 매매거래 위축과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시세가 높은 수성구 경우 대부분의 신규 주택이 3억원을 넘어 이번 의무화 대상에 올랐다. 그동안 법령은 부동산 물권 현황과 거래내역 신고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예금액, 부동산 매도액, 현금과 같은 개인 자산 현황이 타인에게 노출될 수 있고, 정부가 신고 내용을 근거로 세금 탈루 여부까지 들여다보겠다고 해 주택 매매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다주택자들이 수성구에 추가적으로 집을 구입하거나 부모가 자녀에게 집을 마련해 주는 행위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기 세력뿐 아니라 실수요자에게도 심리적 압박이 돼 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