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희구의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 추석대목장날(4)

4. 밍절에는 사람들 인심도 모도 후해진다

밍절에는 사람들 인심도 모도 후하기 맨드는 갑다

짤아빠진 딧집 곰보 할매는

-아이고 창수네 보소,

우리 집에 호박우거리 말랑 기, 쪼매 있구마,

가주가서 떡하는 데 여어보소

캐쌓고

대랍기로 말하마 어린 지집아아들 입수부리에 붙은

밥띠끼 띠 묵는 거보다 더 대랍은 옆집 복실이네도,

우째 똥집이 비틀어졌는지

형수 오마이한테,

-우리 집에 고사리 삶은 기, 쪼꿈 남았구마, 가주 가서

짓상(祭床)에 올리나아 보소, 할배 할매들이 잡숫고

맛있다 카시지,

그라디마는

숭악하기가 놀부네 개삑다구 겉은

돌쉬 할매는

-용수네야 내 좀 보거래이,

쌀도오 여 논 쌀이 바아기미가 막 실락말락 카는데

쪼매 가주 가서 아아들 떡해주소,

아아들 떡 해믹이는 데는 요론 바아기미 겉은 기사

우리 시삼촌 바짓가래이겉치 아무런 상관이 없이

갠찮다카이끼네,

카네

(시집 2집 대구의 장터 풍물편 『추석대목장날』 오성문화 2012 )

*짤아빠진: 아주 인색한. '짤다'는 본래 말이 '절다'(옷에 때가 절었다)인데 구두쇠는 물과 비누가 아까워 빨래를 자주 할 수 없으니 옷에 때가 절 수밖에 없다.

*대랍다: 아주 작은 것에 인색함 *입수부리: 입술

*똥집이 비틀어지다: 순간적으로 마음이 바뀜

*숭악하다: 흉악하다. 인색하다. *쌀도오: 쌀독

*바아기미: 바구미. 쌀벌레

*실락말락하다: '슬다'는 벌레가 알을 까는 것을 말한다. 벌레가 슬락말락하다.

*시삼촌 바짓가래이겉다: 대개 나와 크게 상관이 없어 무성의하게 일을 처리할 때, '처삼촌 산소에 벌초하듯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와 비슷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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