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촌길을 터벅터벅 걷다가 남의 집 일을 보면 내 일처럼 마쳐줘야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 때문에 집안 어른에게 혼이 나기도 했지만 이런 성격을 아는 이사고객들이 전부 단골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트랜스 박동식(57) 대표는 국내 이사업계의 선두주자로 불린다. 서울 본사와 전국 70여 개 대리점, 특수장비 등 회원 180여 개 업체와 전문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움직인다.
가정 이사는 물론 기업, 공장 이전 서비스와 고객 맞춤형 물류, 택배 및 운송 물류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숙련된 인력에다 가동 장비망이 촘촘하고 현장에서 서비스가 확실한 회사로 명성을 굳히고 있다.
나이 열아홉에 서울로 상경해 갖은 고생 끝에 이사업계에서 대표적 회사를 일군 박 대표는 상경 당시 자신에게 다짐했던 약속들을 하나씩 지키고 있다. 돈 좀 벌고 출세하면 고향 사람과 문중, 동문들과 더불어 살아야겠다는 바람이다. 이런 그의 고향 사랑과 성공스토리는 그가 온몸으로 겪으며 성취해낸 '인생역전'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
청도군 이서면 학산리가 고향인 박 대표는 당시 여느 집처럼 살림이 넉넉하지 않았다. 게다가 학교에서 말썽을 피우고, 동네 아이들과 곧잘 싸우며 꾸지람을 당했다. 그는 그때 가난해서, 사고뭉치여서 더 서러워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청도 이서고를 졸업하고 돈을 벌겠다며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 바닥에서 가난한 시골 청년이 변변한 직업을 갖기는 싶지 않았다. 직업알선소를 통해 일당을 받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 이삿짐 옮기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사업계에 눈을 뜨게 됐다. 그는 "힘이 장사였죠. 낙원상가에서 피아노를 지고 계단을 오르자 모두가 놀랐죠. 힘을 좀 쓰는 것 같으니 업계에서 이 일을 한 번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했다. 이삿짐 용역회사 직원으로 취직된 그는 대형운전면허증을 땄고, 이삿짐 차량 운전기사로 승격했다. 곧 대한통운의 이삿짐 부문 정식직원이 됐다. 4.5t 차량을 운전하며 영업에도 솜씨를 발휘하자 세운통운 영업사원으로 스카우트됐다. 이삿짐 옮기는 일을 시작한 지 4년여 만에 잡부에서 운전기사, 또 영업사원이 됐다.
그는 "돈을 조금 손에 쥐자 해외건설 현장으로 나가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갔죠. 결국 그동안 벌어놓았던 돈을 모두 날렸다"고 회상했다.
다시 이사업계로 돌아온 그는 1991년 이삿짐센터를 차렸다. 그런데 당시 서울은 급변하고 있었다. 분당, 일산 등 서울 주변 신도시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며 이사업계에 호황이 왔다. 이사 문화도 포장이사 시대로 변했다. 재빨리 고가사다리차와 스카이차 장비를 도입하고, 차별화된 포장이사 서비스를 제공했다.
1993년 20개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설립한 법인인 국민트랜스를 출범시켰다. 회사 가치를 키우고 경영능력을 발휘한 그는 2000년 회사 대표로 발돋움했다. 이후 포장이사 전문업체로 서울시청, 삼성전자 등의 숱한 청사 및 사옥 이전을 도맡았고, 역대 대통령 3명의 청와대 이사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삿짐센터에서 시작해 회사 대표가 된 요즘도 현장을 지킨다. 그의 부지런함과 서비스 정신은 업계의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는 원동력이다. 전국의 대리점 네트워크를 가동하기 때문에 학교, 병원 등 대규모 이사도 일반 이삿짐센터보다 빠르고 수월하다. 또한 청소, 설치, 홈케어서비스 등 차별화된 토털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회사가 자리 잡으면서 고향사랑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현재 청도 관련 대표적인 직함만 5, 6개다. 재경청도군향우회 부회장, 청도경제인연합회 사무국장, 이서중'고 총동문회 부회장 등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째 단체의 역할을 맡아 봉사와 후원에 나서고 있다. 이달 21일에는 고향 이서면을 빛낸 사람에 선정돼 청도군 군민의 날 행사장을 다녀왔다. 고향 선후배들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시간을 쪼갰다. 지역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하고, 경로잔치와 동네별 행사장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집안과 문중을 챙기는 일에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모교인 이서중'고 모임 활성화는 그가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다. 20여 년 전 학교 동기들과 추진한 속리산 모임에서 버스를 동원해 서울, 부산, 대구 등에서 모인 200여 명이 참석했다. 그 후 각 지역 지부가 결성됐고 이서중'고 기수 가운데 최다인원이 모이며 다른 기수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박 대표는 "재경향우회와 학교 동문회 조직 등 밑바닥부터 다지고 힘을 실어주면 더 활성화되리라 본다. 항상 고향 발전에 귀 기울이는 단체가 되도록 의견을 모으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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