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고향은 구미] 산동면 출신 김상훈 한국석유유통연구소 이사장

내륙에 위치한 구미공단 한계, 물류비 50% 낮출 방안 찾아야

맨손으로 창업해 재계 25위 기업으로 성장시켜 창업 신화를 이룩했던 김상훈 한국석유유통연구소 이사장은
맨손으로 창업해 재계 25위 기업으로 성장시켜 창업 신화를 이룩했던 김상훈 한국석유유통연구소 이사장은 "구미국가공단 등 내륙 공업단지가 살아남으려면 경북에도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항만 건설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철없던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나 서울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한동안 많이 힘들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지요. 운동화를 신고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아직도 아련합니다."

특수화물 운송업으로 재계 257위 회사를 25위로 끌어 올린 창업 신화의 주인공 김상훈(62) 한국석유유통연구소 이사장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1987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힌 방송인 겸 배우 장윤정 씨 남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부터 경찰관인 아버지와 떨어져 구미시 산동에서 조부모와 함께 살다 초교 4학년 때 서울로 올라갔다.

이곳에서 중'고교와 대학 2학년을 마친 후 입대했고, 제대 후 복학 때까지 잠시 쉬는 동안 친구 삼촌이 "버스회사를 인수했는데 잠시 도와달라"는 요청에 몸을 담은 것이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버렸다. 당시 버스회사는 노선에 따라 수익이 천차만별이었다. 한 번 순회할 때마다 20만원 이상 수익을 얻기도 하지만 연료비가 모자라는 노선도 허다했다.

이때 적자노선 버스 100여 대를 인수해 모험을 건 것이다. 적자투성이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안 복학 기회를 놓쳐버렸다. 꼼짝없이 발목이 잡힌 그는 우격다짐으로 버스 6대를 맡았는데 운좋게도 5공화국이 출범하면서 버스 노선 조정이 이뤄졌고, 500만원이던 버스 1대 가격이 3천만원으로 올랐다.

사장에게 다시 버스를 양도하고 목돈을 마련한 그는 석유회사에 들어갔다. 석유 유통구조를 배우고, 주유소와 가스충전소를 건립하며 노하우를 쌓았다. 당시 특수화물 운송업이 전무하던 국내 사정을 감안, 대부분 드럼통으로 실어나르던 화학약품 위험물을 탱크로리 차량으로 운송하는 사업을 착안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운송업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죠. 수입한 각종 산업 원료는 드럼통과 마대자루 등에 담겨져 왔고, 내용물을 꺼낸 뒤 포장재들이 곳곳에 버려져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됐습니다. 당시 성장 일변도의 경제 정책으로 화학물질 드럼통과 비료포대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죠. 화학폐기물 전문 운송업 시장이 커질 것을 남보다 빨리 예측하고 특수화물 전문 운송업을 창업하게 됐습니다."

㈜동양특수유조를 창업한 후 독일 등 선진국 기술을 도입해 산업 혁신을 이루면서 국내 특수화물 운송 점유율 70%의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생활의 질이 높아질수록 식품위생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전망, 식자재 운송사업에도 뛰어들어 세계적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와 독점 계약을 따내는 등 사업 확장을 이어갔다.

시행착오와 예기치 못한 암초도 있었다. 회사를 살리려고 발톱이 빠지도록 세계 곳곳을 누볐다. 유독물질이 가득 담긴 탱크로리 차량이 사고가 발생하자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원들 대신 나서기도 했다. 외환위기를 맞아 자금 압박에 시달릴 때는 몇 달간 뉴욕과 중국 등 돈 있는 곳은 어디든지 달려가 수완을 발휘했다.

김 이사장은 "최고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개척 정신"이라며 "기존의 사업 패러다임을 좇아가지 않고 시대를 앞서가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는 최고경영자의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이사장은 사업 구상부터 창업'운영'실패를 거쳐 난관을 극복하고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되기까지의 성공전략을 수록한 '진정으로 원한다면 전부를 걸어라'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책을 통해 그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연애, 취업, 결혼, 육아 등 삶에서 중요한 모든 가치를 포기한다는 의미의 'N포 세대' 청춘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용기를 주는 '꿈꾸고, 도전하고, 이루어라, 청춘이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상훈 이사장은 나이가 들면서 요즘은 온통 고향 구미 걱정뿐이고 했다. "내륙에 위치한 구미공단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공장을 유치해도 실어나를 공항이 있어야 하는데 비행기를 띄울 공항도, 배가 들어올 항만도, KTX가 서는 철도조차 없지요. 기업이 이곳에서 지금까지 버텨준 것만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빨리 찾지 않으면 가능성이 없습니다. 물류비용을 50% 이상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구미의 물동량이 공항과 항만으로 직송될 수 있는 교통인프라 구축이 시급하죠. 영덕'울진 인근에 경북의 새로운 관문을 만들어 에너지 저장시설 등도 갖춰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