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고향은 예천] 용문면 출신 트렉스타 권동칠 대표

아웃도어화 개발 수십년 집념, 브랜드 파워 亞 1위·세계 12위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아웃도어화 전문업체인 트렉스타의 권동칠(63) 대표는 예천군 용문면 출신이다. 김영진 기자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아웃도어화 전문업체인 트렉스타의 권동칠(63) 대표는 예천군 용문면 출신이다. 김영진 기자

"지금까지 한평생 살면서 부산에서 산 세월이 더 길었지만 즐거웠던 어린 시절 고향 생각이 자꾸만 납니다."

예천군 용문면 출신인 권동칠(63) 트렉스타 대표는 국내 신발업계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알아주는 유명 인사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짚신과 고무신을 신고 다녔던 유년시절의 불편한 점을 생각하며 아웃도어화 개발에 매달린 지 어언 수십 년. 그가 창업한 트렉스타는 20여 년 만에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저명한 아웃도어 전문지 '콤파스'(Compass)가 발표한 아웃도어 신발 브랜드 1천여 곳 중에서 트렉스타가 아시아 브랜드 1위(세계 1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2020년까지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권 대표는 "친구들이 서울과 대구로 갔을 때 저는 부산으로 내려와 큰 누님의 단칸방에 얹혀살며 대학에 진학한 것이 현재의 사업을 하게 된 계기"라며 "당시 부산은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운동화 중 70%를 생산하는 우리나라 신발산업의 발상지이자 메카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그는 동아대학교를 졸업한 후 한 신발제조업체의 해외사업팀에서 근무하게 됐고, 우리나라 최초로 가죽이 아닌 소재를 사용한 경등산화(가벼운 산행이나 단거리 트레킹에 적합한 신발)를 개발했다. 이러한 그의 아이디어와 영업력을 바탕으로 1988년 동호실업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신발사업에 뛰어들었다.

권 대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성장동력은 트렉스타 브랜드 론칭 때부터 해외 사업을 함께 시작한 데 있다.

그는 "언젠가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가 돼 성장이 멈출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브랜드 론칭 때부터 해외 사업을 함께 시작했다"며 "트렉스타는 다른 기업들이 많은 투자로 마케팅을 할 때 혁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힘써오면서 독자적인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제품 론칭 때마다 신기술을 선보이는 트렉스타의 주요 기술은 소비자 편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사업 수익의 대부분은 다양한 연구개발에 중점을 맞춰 재투자되고 있다. 가장 유명한 기술은 국내 소비자 2만여 명의 발 모양을 분석해 한국인의 발에 최적화한 모양을 적용한 네스핏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손을 쓸 필요없이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는 '핸즈프리' 제품을 선보였다. 밑창 뒷부분에 바퀴를 달아 뒤꿈치를 바닥에 밀면 자동으로 끈이 묶이고 신발을 벗을 때에는 돌출된 버튼을 발로 누르면 조였던 끈이 풀리면서 손쉽게 벗을 수 있다. 이 제품은 지난해 2월 세계 최대 스포츠 아웃도어 전시회인 국제스포츠아웃도어용품박람회(ISPO)에서 황금상 및 아시아제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우리 회사 종이컵에는 'Dare to be Different'(차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쓰여 있고 항상 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며 "핸즈프리 제품을 개발하게 된 것도 신발끈을 묶으려고 허리 숙이는 아내를 보고 신발을 신으려면 손을 사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보자는 생각에서 발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네스핏, 아이스그립, 보아 다이얼, 핸즈프리 등 신발업계에서 손꼽는 신기술을 보유한 덕에 트렉스타는 군수 시장으로도 판로를 확장했다. 7년 전 우리나라 장병이 신는 전투화를 트렉스타에서 만들어 납품한 데 이어 현재는 러시아, 일본, 스페인, 인도,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 군화를 수출하고 있다.

권 대표는 "기능성 전투화 시장으로의 진출은 트렉스타의 또 다른 도약의 길이었으며 독자적 기술들이 더 거친 환경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도전이었다"며 "2011년부터 우리 군에 납품하고 있는 전투화에 네스핏 기술과 방수'투습 원단 사용, 미끄럼 방지 아웃솔 등을 탑재하고도 신발 무게를 130g이나 줄여 어떠한 환경에서도 장병이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고 현재도 새로운 기술들을 적용하고 실험하고 있다"고 했다.

아웃도어 시장 붕괴와 경기 불황 등 끊임없는 많은 시련 속에서도 트렉스타의 성공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권동칠 트렉스타 대표는 "트렉스타가 신발업계의 세계 1위가 되는 그날까지 신는 사람이 행복한 신발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며 "평생의 업을 신발로 정한 만큼 나중에 죽어서도 신발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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