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고향은 의성] 단북면 출신 달인의찜닭 박병욱 회장

프랜차이즈에 주는 賞 휩쓸어 사업 실패·재기 '진정한 달인'

달인의찜닭 박병욱 회장은 어린 시절 고향 의성에서 보낸 추억과 그때의 풋풋한 모험들이 세상을 보는 시야를 확 키워줬다고 했다. 홍준헌 기자
달인의찜닭 박병욱 회장은 어린 시절 고향 의성에서 보낸 추억과 그때의 풋풋한 모험들이 세상을 보는 시야를 확 키워줬다고 했다. 홍준헌 기자

의성 안계평야의 드넓은 푸르름을 보고 자란 꼬마가 찜닭 프랜차이즈로 전국을 호령하는 '회장님'이 됐다.

경북 의성군 단북면 이연리에서 태어나 35년을 이곳에서 살았던 박병욱(67) 달인식품'달인의찜닭 회장은 애향심이 무척이나 깊은 인물이다. 지난해부터 의성향우회나 다름없는 재구안계중고등학교총동창회 회장을 맡은 그는 수시로 출향인사들과 만나 우애를 다지고 있다.

박 회장의 선친은 27년에 걸쳐 낙동강변 황무지 약 160만㎡를 개간해 농토로 바꾼 공로를 인정받아 1974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5'16 민족상 산업부문 본상을 받은 '독농가'(가업으로 열심히 농사를 짓는 인물) 고 박화숙 씨다. 박 회장은 부친이 일군 부 덕분에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철이라는 것이 조금씩 들던 중학생 때, 박 회장은 큰 재산을 보유하고도 끊임없이 일에 매진하던 부모의 모습을 봤다. 당시 그의 부모는 영농후계자 육성 연수원을 설립해 국내외 농업인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버지처럼 내 힘으로 돈을 벌어 보고 싶다.'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그는 오랜 기간 모은 용돈으로 기차에서 '아이스께끼 장사'를 해 부산 바다를 구경한다는 거창한 꿈을 실행에 옮겼다.

열차에서 장사하는 외부인을 보고 한 역무원이 박 회장의 아이스박스를 압수하려 했다. 중도포기할 수 없던 그는 기지를 발휘했다. "한 번만 허락해 주세요. 여름방학 숙제라서 못하고 돌아가면 큰일 나요." 역무원이 눈감아 준 덕분에 그는 처음 들인 밑천의 10배가량을 벌어 돌아왔다. 박 회장은 "그때의 모험이 세상을 보는 시야를 확 키워 줬다"고 말했다.

성년 이후의 삶은 그다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박 회장은 1984년 낙동강 대범람 때 집안의 농토 등 재산 대부분을 잃고 좌절했다. 사업으로 회복해 보겠다며 대구로 와 나이트클럽, 사과 무역업체, 전국 규모 유통 체인 등에 손댔지만 손대는 족족 폐업을 경험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던 그를 살린 것은 그가 1999년 대구 수성구 황금동 한 아파트 앞에 차린 100만원짜리 분식 포장마차였다.

박 회장은 포장마차 앞 현수막에 선언문을 내걸었다. '딱 25일 뒤에 정말 맛있는 음식을 3천원에 닷새 동안 제공하겠습니다.'

인근 주민들의 호기심이 커질 동안 박 회장은 경기도 수원의 한 인기 분식점 업주를 무작정 찾아가 조리법을 전수해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노하우를 배운 그는 분식만으로 하루 70만원을 벌 만큼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받으며 재기의 기틀을 닦았다.

그후 박 회장이 구상한 것이 찜닭 음식점이었다. 오랜 연구 끝에 밥도둑 역할을 톡톡히 할 달고도 짭조름한 찜닭 소스를 개발했고, 당시에는 흔치 않던 치즈 찜닭 메뉴도 내놨다. 음식점 이름은 '실패'재기의 달인'이라는 뜻에서 '달인의찜닭'이라 붙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달찜'으로도 불리는 달인의찜닭은 전국 수십 곳의 가맹점을 둘 만큼 사세를 키웠다. 인기에 힘입어 대구신세계 식품코너에도 입점했으며 명품브랜드대상, 프랜차이즈 경영혁신대상 등 프랜차이즈 업체가 받을 수 있는 대부분의 상을 휩쓸기도 했다.

최근 그는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대구서구지역자활센터와 손잡고 올 11월 센터 인근에 달인의찜닭 반고개점을 오픈하기로 했다. 센터가 이 점포를 임차해 음식점을 차리면 입소자들이 이곳에서 일하며 경제적으로 자립하게끔 도우려는 목표다. 박 회장은 센터에 1천700만원을 기부해 입소자 교육비와 가맹비 등을 충당키로 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박 회장은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6기 동창회, 대구경북 미스코리아 심사위원회 등 다양한 모임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향 사람들과 만나는 재구안계중고등학교총동창회에 가장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과 김주수 의성군수 등 동문 600여 명을 만나 서로서로를 이어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박 회장은 안계평야로부터 배운 '큰 꿈의 정신'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산이 많은 경북 내륙에서 유독 의성 안계평야만큼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크고 아름답습니다. 이곳의 기상을 타고난 이들이 저마다 성공해서 지역을 빛내는 걸 보면 그중 하나인 저 또한 고향의 복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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