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고향은 울진] 기성면 출신 청암 한상봉 화백

한국화 독보적 영역 구축, 울진의 수려한 자연 덕분

한상봉 화백이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고향에 얽힌 에피소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무성 객원 사진기자
한상봉 화백이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고향에 얽힌 에피소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무성 객원 사진기자

화단(畵壇)에서 '심오한 예술세계의 차원을 넘어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청암(淸岩) 한상봉(73) 화백은 한국화 영역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 온 한 화백의 작품을 본 사람은 누구나 황홀경에 빠지고 만다. 수묵화에 색채를 입힌 그만의 탁월한 화풍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영역을 막론하고 예술가의 작품 활동에는 고향이 일정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특히 산수(山水)를 다루는 한 화백에게는 어린 시절 고향에서 경험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이 창작 활동의 큰 자양분이다.

울진군 기성초등학교를 졸업한 한 화백의 작품 '내 고향 마을 곰실' '울진 청암정 계곡 Ⅰ'Ⅱ' '동해바다 울진' '하조대' 등에선 한 화백의 고향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한 화백과 만나면 자연스럽게 그의 고향, 울진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

한 화백은 울진 자랑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울진의 '울'(蔚) 자에는 '기운이나 세력이 한창 왕성하다'는 뜻이 담겨 있고 '진'(珍) 자는 보배, 보물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울진은 보물이 가득한 아름다운 고장"이라고 운을 뗐다.

한 화백은 화단에서의 독보적인 존재감만큼이나 고향 사랑을 실천하는 출향 선배로의 위상도 확고하다. 그동안 장학기금 마련과 각종 언론매체를 통한 고향 자랑 활동을 통해 솔선수범해 온 덕분이다.

그는 지난 1987년 고향에서 작품 전시회를 열어 수익금 3천만원을 고향 후배들의 장학사업을 위해 쾌척했다.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한 화백은 "그저 가진 재주로 고향 후배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함을 표시했다. 당시 장학 혜택을 받은 학생들이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지금 경상북도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사도 있다. 그는 지난해 다시 고향에서 작품 전시회를 열어 거둔 수익금 4천500만원을 고향을 위해 흔쾌히 내놨다. 그는 지난해 전시회에서 1987년 장학 혜택을 받은 학생이 연단에 올라 고마움을 표시했을 때 더없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당시 현장에선 장학 혜택을 받아 장성한 인사들이 한 화백에게 큰절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 화백은 그동안 고향 홍보대사 역할에도 전력을 쏟았다. 화단에서 일가를 이룬 자신의 일대기를 조명하고자 하는 언론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고향을 배경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하고 울진의 자랑거리를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전국에 알렸다.

한 화백은 "예전에 '그곳에 가고 싶다' '신한국기행' 'TV미술관' 등 예술가들의 작품세계와 철학을 고향에서 설명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었는데 매번 열흘 가까이 울진에서 촬영을 했던 기억이 난다"며 "자연스럽게 울진의 명승고적과 맛집을 홍보하는 기회가 돼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 화백은 그동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국내 각계 저명인사들을 상대로 울진에 힘이 되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고 있다.

그는 "제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소장까지 하고 있는 분들 가운데 사회 각계에서 활약하는 분들이 꽤 있다"며 "기회가 될 때마다 그분들에게 고향 자랑도 하고 울진에 대한 애정을 부탁드린다는 얘기도 자주 한다"고 말했다.

한 화백은 고향 울진이 수려하고 청정한 자연환경을 잘 살린다면 '오지'라는 단점을 극복하고 다시 활력 있는 지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수도권에서 울진까지 가는 길이 힘들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때 묻지 않은 청정 자연을 잘 지킬 수 있었다"며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기 마련인 것이 인생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고향에 자리 잡은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도 같은 이치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한 화백은 이제 청운의 꿈을 품고 고향을 떠나는 후배들에게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 화백은 "요즘은 스스로 노력하기보다 남의 덕을 딛고 올라서려는 젊은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며 "어린 시절부터 고향 바다와 산천을 보며 호방한 기개를 키워 온 울진 후배들이라면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객지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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