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광고는 광고가 아니다

권은태
권은태

광고는 광고(廣告)가 아니다. 한자의 뜻만 보면 '널리 알림'이 광고의 모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광고의 본뜻과는 거리가 멀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린다는 의미의 말은 많다. 선전(宣傳)도 있고 포고(布告)도 있다. 공고(公告)나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행해지는 연설도 그런 것에 속한다. 그러나 광고의 대상에는 '여러분'이 없다. 한 번에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거라면, 말이든 글이든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이든 그건 광고가 아니다. 광고는 감히 여러 사람을 무리지어 상대하지 않는다. 함부로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다. 그런 건 광고의 세계에선 존재하지 않는 방식이다. 그리고 광고는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다. 연설처럼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도 없고 공고처럼 한꺼번에 사람들을 돌아보게 할 권위나 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광고는 오직 한 사람만을 생각하며, 한 사람만을 위한 목소리로 한 사람만을 위한 말을 한다. 그게 미디어에 의해 복제되고 확산하는 건 그다음의 일이다. 그 한 사람이 바로 '나'라고 여기는 사람이 자꾸자꾸 늘어나 수없이 많아지는 것도 그다음의 일이다. 단지 광고는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고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한 번에 정확하게,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것을 들려줄 뿐이다. 광고를 뜻하는 영어 'advertising'이 라틴어 'advertere'에서 나왔고 그 본래의 뜻이 '주의를 끌다'인 것처럼 광고의 본질은 널리 알리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서는 데 있다.

광고는 단 한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 한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사랑이 아니라면 그렇게는 못할 만큼 그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찾아내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건 반드시 나의 다름이 아니라 그의 다름에 관한, 나의 특별함이 아니라 그의 특별함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물론 그것만으로 그와의 관계가 맺어질 거라 장담은 못 하지만 그래도 광고를 하는 거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벌써 여기저기서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 관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에도 선거가 시작되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거리 곳곳에 후보들의 홍보물이 넘쳐날 것이고 수많은 선거 광고가 미디어를 탈 것이다. 기왕이면 공고문 같은 광고는 그만 좀 봤으면 좋겠다. 말은 낮은 자세로 시민 한분 한분을 섬기겠다고 하면서 그걸 보는 시민의 입장은 한순간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처럼 만들어진 광고도 그만 좀 봤으면 좋겠다. 내가 여럿 중 하나로 느껴지지 않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나에게만 건네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그래서 한눈에 봐도 후보의 진심이 가득 묻어나는 광고(廣告) 아닌 진짜 광고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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