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평면성 부각시킨 모더니즘 추상회화…021갤러리 '평면성으로부터…' 전

권도연 이해민선 차승언 참여

차승언 작
차승언 작 'TwillStain-1'

과거 모더니즘 회화에서 강조된 '평면성'(Flatness)을 다양한 실험적 매체를 통해 다르게 해석한 전시가 021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평면성(Flatness)으로부터……'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권도연, 이해민선, 차승언 등 3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권도연 작가는 오랜 시간에 걸쳐 구겨지고 찢어져 더 이상의 기능을 상실한 것 같은 변형된 책의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표현한다. 책은 많은 지식과 정보, 그리고 무한한 상상력을 내포하며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진 속의 변형된 책은 그 본성이 상실되고 종이의 본질만이 일그러진 책의 형상만 남기고 있다. 작가는 책이 가지는 무거운 의무를 벗어버리고서야 종이라는 순수한 본성으로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듯하다. 펼쳐지지 않는 부풀어진 책의 겹 사이로 드러난 글씨나 이미지는 더 자유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이해민선의 작품 '웅덩이' 시리즈는 약품을 이용해 사진 위의 이미지를 녹여내는 작업으로 시작한다. 녹아 사라진 이미지는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이 잉크의 물질만으로 남아 있다. 이렇게 남겨진 잉크를 작가는 여러 차례 붓질로 붓의 흔적을 남긴다. 그렇게 모아진 흔적은 평면적 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고여 있는 잉크의 웅덩이 같기도 하다. 최근 작품 '덩어리' 시리즈는 사진의 잉크가 아닌 순수회화의 요소인 안료를 이용해 제한된 사각 캔버스 위에 붓질을 반복하여 평평한 덩어리를 그려내고 있다. '봉우리' 연작에서는 제한된 캔버스의 사각 프레임에 봉우리가 잘려나간 산이 있고 그 앞에 봉우리가 없는 산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작가는 "캔버스의 프레임에 의해서 잘려나간 불완전한 산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그림에 그려진 온전한 산의 형태를 재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차승언 작가는 채색된 실로 직물을 짜는 태피스트리 방식으로 회화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 위에 물감으로 추상적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미색 실과 염색된 실을 베틀에 걸어 몇 가지 패턴으로 추상적 이미지를 직조해낸 천을 규격 캔버스 틀에 매어 작품을 완성한다. 직조의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차 작가의 작품은 과거 20세기 추상회화에서 강조된 오브제화된 캔버스를 새로운 형식으로 더 표현하고 있다. 또한, 염색된 날실로 직조해 패턴화시킨 기하학적 추상 이미지는 과거 모더니즘 추상회화의 평면성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11월 19일(일)까지. 053)74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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