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안전마을로 거듭난 대구 비산7동] 우범지대·슬럼가 오명 벗고 '새 단장'

골목에 LED등·CCTV 설치…벨 누르면 지구대 연결

29일 대구 서구 비산7동 안전마을인 비단마을 곳곳에 위급 상황에 대비한 안전벨이 설치되어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29일 대구 서구 비산7동 안전마을인 비단마을 곳곳에 위급 상황에 대비한 안전벨이 설치되어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각종 범죄 발생 우려가 높다고 지적됐던 대구 서구 비산7동이 안전마을로 새 단장을 했다. 인근에 대구염색산업단지와 북부정류장이 위치한 비산7동은 대구에서 인구 대비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염색산단의 악취에 더해 하수종말처리장과 음식물처리장도 가까운 곳에 위치한 탓에 슬럼화로 인해 대구의 대표적인 우범지대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하지만 대구시의 '안전마을 만들기 사업'은 이런 비산7동을 완전히 바꿔놨다.

◆안전확보를 넘어 주민 화합까지

29일 대구 서구 비산7동의 한 골목.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깨진 채 불이 들어오지 않았던 가로등과 무너져가는 담벼락으로 주민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심어줬던 골목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고장 난 가로등은 밝은 LED등으로, 곳곳에 금이 가 있던 담벼락은 벽화가 그려진 나무 벽으로 바뀌었다.

대구시가 추진해 온 안전마을 만들기 사업이 완료된 비산7동에는 부족했던 방범시설이 동네 곳곳에 추가됐다. 유사시 신고가 용이하게끔 형광색의 번호가 매겨진 기둥 위에는 360도로 회전하는 CCTV가 설치돼 있었고 벨을 누르면 즉시 인근 지구대의 경찰과 통화할 수 있는 비상벨이 보였다.

비산7동 중에서도 가장 인적이 드물고 후미진 곳에 들어선 커뮤니티센터 '비단카페'에는 주민들로 가득했다. 모인 주민들은 한 잔에 천원짜리 커피를 마시고 비치된 책을 읽으며 얘기를 나눴다. 노인과 외국인 노동자가 대부분인 비산7동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윤희진(48) 씨는 "동네가 워낙 낙후된 데다 외국인 노동자도 많아 여성들이나 학생에게는 다소 무서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어둡고 낙후됐던 동네가 조금씩 밝아지는 것 같아 좋다. 특히 CCTV와 안전벨이 늘고 마을 곳곳에 밝은 조명이 들어서며 음산한 분위기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동네가 밝아지자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안전지킴이'가 대표적이다. 안전지킴이가 된 주민의 집 앞에는 팻말과 함께 안전벨이 설치됐는데, 유사시 벨을 누르면 해당 집 거주자가 즉시 바깥을 살피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민들 수십 명이 안전지킴이에 참여해 해당 동네에서는 50m도 지나지 않아 다른 안전벨을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최경식 비산7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동네를 밝게 만들려는 시의 노력에 주민들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동네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다소 어렵게만 느껴졌던 외국인 노동자들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단순히 안전 확보 차원이 아니라 주민들이 화합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내년까지 총 10개 마을로 확대

대구시가 2014년부터 추진해 온 안전마을 만들기 사업은 점차 확대된다. 범죄 우려가 높은 지역에 우선으로 CCTV 및 비상벨 설치와 폐'공가 철거 및 정비, 주민 커뮤니티센터 조성 등 환경정비를 골자로 하는 해당 사업에는 오는 2020년까지 약 63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한 마을에 약 3년 동안 6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점을 감안하면 안전마을은 10여 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현재 남구 대명2동과 중구 성내2동 등 5개 동에도 추가적으로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완료된 안전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이 압도적이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이 완료된 달서구 두류1'2동과 동구 신덕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전에 비해 마을이 안전해졌다는 응답이 두류 1'2동은 81.7%, 신덕마을은 93.6%로 높게 나타났다"며 "현재 조성된 안전마을을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발굴하고 안전체계 기반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단순한 물리적 환경정비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인식 개선에도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최삼룡 재난안전실장은 "안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주민들도 자율방범 등 안전공동체를 구축하고 자발적으로 안전활동을 추진할 수 있도록 시에서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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