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명절증후군 갈등, 배려하며 둥근 한가위 보름달처럼 풀자

오는 4일 한가위 대명절을 앞두고 최장 10일의 유례없이 긴 연휴를 맞아 민족의 대이동이 이미 지난주부터 시작됐다. 전국의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비행장, 선착장은 추석 인파 물결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9일까지 이어질 연휴기간 3천717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5천175만 명 국민의 72%가 움직이는 민족의 대이동이다.

이 같은 민족의 추석 나들이는 오랜 전통이자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설과 함께 한가위 대이동은 숱한 불편함과 뭇 수고마저 뒤따르지만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만큼 경이롭기까지 하다. 특히 추석 명절은 결실의 계절인 가을의 풍요로움과 자연의 계절적인 아름다움도 만끽하는 터여서 한가위의 의미를 더하기에 충분하다. 일찍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긴 까닭이다.

하지만 해마다 명절 전후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은 듣는 이의 마음을 짓누른다. '명절증후군'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질(怪疾) 탓이다. 세계 의학계에 우리의 '홧병'이라는 병명(病名)이 공식 용어가 된 것처럼 명절증후군도 그런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설과 추석 명절을 앞뒤로 부부 사이는 물론 부모 자식 간, 시가와 친가 등을 둘러싼 다양한 갈등을 묶어 일컫는 명절증후군이 여전히 심각해서다.

특히 명절 전후로 부부가 갈라서는 이혼이 그렇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국회의원이 최근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는 그 증거이다. 지난해 설날과 추석 전후 10일 동안 일일 평균 이혼신청 접수는 577건이었다. 지난해 1년 동안 298건의 일일 평균 이혼신청 건수에 비해 2배 가깝다. 평소 쌓인 갈등이 명절 때 폭발, 결국 파탄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당자자들에게는 명절은 소중한 부부 인연을 한순간 끊고 남남이 되게 하는 악몽의 순간과도 같은 꼴이다.

명절증후군의 원인은 경제 문제나 제사문화의 인식 차이 등 다양하다. 해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배려의 절실함이다. 배려 부족은 상하 복종처럼 종전의 수직적, 일방적인 모난 관계가 빚은 재앙이다. 이런 틀을 깨고 서로 아끼는 횡적이고 원융(圓融)의 관계 회복으로 명절증후군에서 벗어날 때다. 한가위 둥근 보름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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