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효도·유언 공증

'효도 계약'이 사회 이슈로 부상한 지도 제법 오래다. 효도 계약은 부모 생존 시 미리 재산을 물려주고 대신 부양을 확실하게 다짐받아놓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절차 없이 사전상속했다가 자식이 태도를 바꾸는 바람에 낭패를 본 사례도 적지 않다.

법원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낸 부양료 청구소송 건수가 모두 260여 건이었다. 10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부모 부양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말이다.

상속 재판도 2013년 한 해 3만5천여 건이 발생했다. 국내 연간 사망자 수가 약 26만 명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8명 중 1명꼴로 상속 분쟁이 벌어지는 셈이다.

유언(遺言)은 자식의 부양 의무를 담보하는 한 방법이다. 상황에 따라 유언을 철회하거나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사후에 상속분쟁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엊그제 일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유언 공증'이 매년 늘어 공증증서 등록건수가 200만 건을 넘어섰다. 부모가 직접 공증사무소에서 상속 서류를 작성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한 유언 공증증서를 말한다. 1989년부터 유언 증서 등록 작업을 펴온 일본은 2014년 처음으로 연간 10만 건을 넘긴 데 이어 공증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의 26.6%인 3천396만 명이다. 올해 8월 말로 65세 이상 인구가 14%(725만 명)를 넘긴 우리와 비교하면 네 배도 훨씬 넘는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조사를 보면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중 경제적 여유가 있는 노인은 71.5%에 이른다. 이들은 소비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만큼 세력이 강해 '액티브 시니어'로 불릴 정도다. 더 이상 부양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각되면서 상속 문제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속 문제는 아무리 공정하게 다뤄도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게다가 법대로만 되지 않는 매우 복잡한 문제다. 노령 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부모 봉양과 상속에 관한 합의 등 더 발 빠른 대비를 요구한다. 미리 명확하게 선을 그어놓지 않는다면 자칫 큰 혼란을 부르고,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이번 한가위에 모처럼 무릎을 맞댄 김에 평소 꺼내기 힘든 이런 문제를 대화 주제로 삼아 서로 의견을 좁혀나가는 것도 좋을 듯싶다. 부모 자식 간, 형제간 솔직한 대화보다 더 나은 대비책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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