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금니 아빠'를 둘러싼 사건, 그 열쇠는

여중생 딸 친구 살해 혐의, 정작 용의자 이 씨는 부인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가 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경찰서를 나서 서울북부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희소병을 앓아 어금니만 남아 있는 이 씨는 일명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가 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경찰서를 나서 서울북부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희소병을 앓아 어금니만 남아 있는 이 씨는 일명 '어금니 아빠'로 불리며 자신과 같은 병을 물려받은 딸을 극진히 돌본 사연으로 10여 년 전 수차례 언론보도가 되는 등 화제가 된 인물이다. 연합뉴스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강원 영월의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모(35) 씨의 범행 동기와 방법이 미스터리에 휩싸이면서 이 씨 아내의 성폭행 피해 고소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1일 이 씨 아내 최모(32) 씨의 성폭행 고소사건 접수 후 엿새 뒤인 지난달 6일 새벽 최 씨가 투신해 숨졌고,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보관 중인 약을 딸의 친구인 여중생이 먹어 사고로 숨졌다는 이 씨의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숨진 여중생에게서 '목 졸린 흔적'이 발견되고, 이 씨의 시신 유기 사실을 알고도 이 씨의 도피를 도운 제3의 인물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희소병 부녀, 아내의 성폭행 고소사건, 딸의 친구인 여중생 살해 후 시신 유기 등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미스터리투성이인 이 사건은 대략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씨의 아내 최 씨는 시어머니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지인 B(60) 씨로부터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달 1일 영월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고소장은 남편인 이 씨와 함께 경찰서에 방문해 제출했다고 한다.

최 씨는 고소장에서 B씨로부터 2009년 3월 초부터 지난 9월 초까지 8년간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고소인인 최 씨를 두 차례 조사했고, 피고소인인 B씨는 한 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조사과정에서 B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구속 입건 상태에서 B씨를 조사한 경찰은 B씨의 신병처리와 관련해 검찰과 협의 중이었다.

그러나 최 씨는 고소장을 낸 지 엿새 만에, 추가 피해를 신고한 지 하루 만인 같은 달 6일 오전 0시 50분 서울시 자신의 집 5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이와는 별도로 경찰은 아내 최 씨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와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이 씨에 대한 내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30일 이 씨의 여중생 딸(14) 친구인 C(14) 양이 실종 신고되면서 사건의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됐다.

C양이 지난달 30일 정오 이 씨의 집으로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은 모습을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확인한 경찰은 이를 토대로 이달 5일 서울시 도봉구의 다세대주택에서 이 씨를 검거했다.

이어 경찰은 6일 오전 9시쯤 영월에서 숨진 C양의 시신을 수습했다. 경찰은 이 씨 부녀가 영월의 한 모텔에 숙박한 점 등을 토대로 이 씨가 C양을 살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씨는 사체 유기 혐의만 인정할 뿐 살인 혐의는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거대 백악종'이라는 희소병을 앓는 이 씨가 같은 병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딸을 극진히 돌본 사연으로 10년 전부터 각종 언론 매체로부터 주목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사건은 한층 더 미스터리하게 흘러갔다. 거대 백악종은 얼굴 뼈가 계속 자라는 희소병이다. 계속된 수술에 이 씨의 치아 중 어금니만 남았다. 이 때문에 이 씨는 '어금니 아빠'로 더 잘 알려졌다.

경찰은 아내 성폭행 고소사건과 아내의 사망, 여중생 친구 딸 살해 및 시신 유기 등 이 씨 주변에서 벌어진 여러 의혹을 해소할 '열쇠'로 이 씨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씨는 5일 경찰에 검거되기 직전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병원에 입원한 탓에 이렇다 할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법원은 8일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북부지법 장정태 판사는 이날 이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경찰이 시체 유기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 판사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고 도망할 염려와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법원은 이 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 도피)를 받는 그의 지인 박모(36) 씨의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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