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끝자락인 8일 대구 서구 비산2'3동 서부시장 먹거리골목은 주말을 즐기려는 가족들로 북적였다. 2015년 '서부시장 프랜차이즈 특화거리'로 조성된 이곳은 지난 5월 일부 구간을 확장하며 '오미가미(오味가味) 거리'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편히 오고 간다는 의미와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의미를 함께 담았다. 나들이 나왔다는 정지연(44'여'대구 북구 침산동) 씨는 "길을 지나다 사투리로 지은 거리 이름이 눈길을 끌어 오게 됐다"고 했다.
대구시와 구청들이 사투리를 관광'홍보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투리의 재발견'인 셈이다. 그동안 사투리를 활용한 상점 간판은 어렵잖게 볼 수 있었지만 공공기관에서 사투리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대표적 사례는 대구시의 민원 통합창구인 '두드리소'이다. 경상도 사투리로 민원을 두드리면 언제든 들어주고 해결해 주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두드리소'라는 이름을 제안한 최삼룡 대구시 재난안전실장은 "새로운 민원 콜센터 이름을 짓기에 앞서 시민 공모를 했지만 마땅한 작품이 없었다. 이전 같으면 '신문고'로 불렸을 콜센터 이름을 우리말로 바꾸려고 생각하다 두드리소를 제안하게 됐다"며 "어떤 일이든 여기 와서 두드리면 해결된다는 의미에 대구'경북 사투리인 '~하이소'를 더했다. 시민 반응이 호의적이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투리로 지은 이름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근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다는 평이 많다. 최세동(28'대구 수성구 시지동) 씨는 "재미있는데다 지역민만 알 수 있는 말이라 암호 같은 느낌이 들어 더 애착이 간다"며 "다소 딱딱한 이미지가 있는 공공기관에서 이런 시도를 한 부분이 참신하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사투리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사투리는 촌스럽고 표준어에 비해 열등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역 고유 정서를 담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대전에서는 공용 전기자전거 이름을 충청도 사투리인 '타슈'로 지었고, 충남문화재단에서 매년 여는 공연 '그랬슈'(충청도 사투리와 만나서 좋다는 뜻의 'Great to see you'의 중의적 표현)는 이름만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또 부산시의회에서는 지난해 12월 사투리를 전수조사해 자료집을 만들어 보급하자는 내용의 '부산시 국어사용 조례 일부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사투리가 지역 경쟁력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만큼 관광콘텐츠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경북대 교수)은 "지방 사람의 지식 정보체계가 서울보다 못한 게 아니다. 다양성이 중시되는 요즘에는 지역 고유 정서를 담은 사투리에 큰 가치가 있다"며 "대구 서문시장처럼 특색 있는 곳에서는 사투리로 지하철 안내방송을 내보내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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