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베두인 노인이 칠면조를 먹으면 기력을 찾을 수 있다는 말에 칠면조를 사서 키웠다. 정성으로 키우던 어느 날 누군가 칠면조를 훔쳐갔고 노인은 아들들을 불러모았다.
"아들들아, 우리는 아주 위태로운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어떤 놈이 내 칠면조를 훔쳐갔다."
그러나 아들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웃었다. 노인은 칠면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둑을 맞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반드시 칠면조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 주 후 이번에는 낙타를 도둑맞았다.
"아버지, 누군가 낙타를 훔쳐갔어요. 이제 어떡하죠?"
노인의 대답은 "어서 칠면조를 찾아라"였다. 또 몇 주가 지나고 이번에는 말을 잃어 버렸다. 노인은 또 "칠면조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모든 것은 칠면조 때문이다. 도둑이 칠면조를 빼앗아가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것을 잃게 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 많이 인용되는 베두인 노인과 칠면조 이야기다. 나는 이 이야기를 상기할 때마다 나의 아버지를 생각한다. 오랜 군무원 생활을 하시다 퇴직하신 아버지는 엄하고 고집 세고 말씀이 없으신 한마디로 무서운 분이셨다. 초등학교 시절 장난꾸러기 남자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울며 돌아오던 날 아버지는 나를 달래주기는커녕 크게 호통을 치셨다. 두 번 다시 울고 들어오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당장 쫓겨날 줄 알라고. 그 이후 아버지가 무서워 남자아이들에게 끝까지 덤벼들다 결국 남자아이의 이마에 피를 내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그 사건 이후 초등학교 우리 반은 나에게 제압되었다. 아무도 나에게 덤벼드는 남자아이들이 없었고 여자아이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나에게 달려오곤 했다. 아버지는 한번 얕보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말씀을 하시며 무슨 일이든 남들이 얕보지 않게 야무지게 잘해야 한다고 늘 당부하셨다.
그 이후에도 중'고등학교 시절 육상 선수를 하던 내게 모래주머니를 만들어 발목에 채워주시고 시합 때까지 가열하게 나를 몰아세우며 승리욕에 불을 붙이셨다. 지천명의 나이가 된 지금에 돌아보니 말씀이 없으셨던 아버지였지만 내 인생의 큰 줄기는 아버지가 만들어 주셨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떤 어려움도 잘 이겨내는 강함과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일찍부터 가르쳐주신 아버지, 평소 어머니보다 존재감이 미미했던 아버지가 이렇게 새삼스러운 건 저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거겠지요. 당신처럼 평소 표현은 잘 못하지만 언제나 저에겐 든든한 큰 산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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