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휴 민심 대해부-안보 분야] 전쟁만은 안된다는 아들 vs 대통령 탓이라는 아버지

대구경북(TK)민의 추석 민심은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닥쳐온 안보 위기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6일 대구 동성로에서 많은 시민들이 연휴를 즐기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대구경북(TK)민의 추석 민심은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닥쳐온 안보 위기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6일 대구 동성로에서 많은 시민들이 연휴를 즐기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열흘이라는 역대 최장 추석 연휴 동안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북핵 문제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와 사드 배치 등 안보가 주요 이슈였다. 정부가 확고하고 실리적인 안보정책을 수립해 한반도에 몰아친 안보 불안감을 씻어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북핵 문제 잘 풀어야

단연 뜨거운 화두는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에 따른 북핵 문제였다. 김영우(60) 영천공설시장 상인회장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중국이 대북 무역 및 금융 제재를 서서히 강화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변에서는 자주국방 차원에서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국제사회 규제도 만만찮다. 위기일수록 남북 간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밀집지역인 울진에서 느끼는 안보 위기감은 다른 지역보다 강했다. 약간의 공격만으로도 극심한 피해를 야기하는 원전의 특성 때문이다. 황이주(50'울진) 경북도의회 의원은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친지들과의 대화에서 '조금만 잘못되어도 그냥 죽는다. 울진을 떠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농담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이는 당장 전쟁이 닥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있더라도 충분히 불안해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북한과의 긴장 고조는 지역경제와 정서에 큰 영향을 준다. 정부가 대북 관계에 대한 믿음을 주는 동시에 대피용 교통망 확보 등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군기지가 있는 칠곡에서도 국민들의 해이해진 안보의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예외 없이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대화 주요 주제였고, "우리 국민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정시몬 한국자유총연맹 칠곡군지회장은 "북한 핵실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일본과 미국이 큰 걱정을 하는 반면 당사자인 우리 국민들은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드 배치 이후 갈등 조정 필요

사드 배치 문제도 대구경북민의 주요 관심사였다. 사드의 성주 배치 직후 대구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주)한국안전컨설팅 신효철(49) 이사(사드반대 5개 종단 동학 천도교 대표)는 "종교를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평화와 통일을 바란다. 그 어떤 무기도 평화를 이룰 수 없고 국민 생명을 지킬 수 없다"며 "북핵은 현실적인 한반도의 위협이긴 하지만 핵 자체가 한반도의 위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주적 안보, 조건 없는 평화를 위해선 사드 배치를 철회하고 북미 간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드가 배치된 성주에선 1년이 넘도록 지역 갈등이 아물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인해 국가 안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제는 대책 없는 반대보다는 정부 지원을 어떻게 이끌어 낼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노광희(52) 성주군의원은 "북한이 10일을 전후해 장거리 미사일을 또다시 발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가 안보가 풍전등화(風前燈火)에 놓였다"며 "사드가 배치된 성주는 국가 안보의 중심지가 됐다. 이제는 사드 배치 논란보다는 배치된 사드를 이용해 지역 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말했다.

역시 사드 홍역을 앓았던 김천에서도 이번 연휴의 주요 화두는 안보와 관련한 얘기였다. 강종환(54) 씨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홍보 부족이 아쉽다. 사드 배치 반대 단체들의 논리와 정부의 논리가 너무 달라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급박한 정황에서 사드 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사드 배치 당위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더 있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부의 실리적 안보정책 수립돼야

대구 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인 A(39) 씨는 추석에 아버지(69)와 언쟁을 벌였다. 북한 김정은의 핵 도발과 이에 맞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면대결 양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다. A씨 아버지는 "모든 군사적 조치를 고려하겠다는 판국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돈을 못 줘서 안달이 아니냐? 대통령을 비롯해 지금 청와대는 친북 좌파들이 장악하고 있어서 북한에 속 시원한 대응을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A씨는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전쟁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쟁을 막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버지는 아들, 손자가 사는 이 땅에 전쟁이 나도 괜찮다는 것이냐"고 항변했다. 이후에도 미국의 군사행동과 젊은 층의 안보 불감증 등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모든 것이 문재인 탓'이라는 아버지의 결론에 세대 간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A씨는 결국 입을 닫았다고 했다.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들에게 최근 안보 위기는 큰 불안감을 주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국이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요즘 상황이 한국전쟁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고, 그 해법으로 사드 배치를 포함해 더 강력한 군사'외교적 압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다. 대구시민 서상용(72) 씨는 "전쟁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사드 등 북한을 방어할 수 있는 무기를 도입하고 미국 등 우방국과 협력해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도록 억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해선 "취임 전에는 불안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미국과 공조하면서 안정감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찰공무원 김동우(27) 씨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우리나라가 끼인 형국인데 실리외교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사드로 인한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됐고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려 하지 않나.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을 잘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방 자주권을 위해 전시작전권을 돌려받는 것도 해결책"이라며 "전작권을 돌려받으면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해결한다는 의식이 생겨날 것 같다.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우리가 주도하지 못한 건 역사적으로 연원이 있는데 이를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고 본다"고 주문했다.

신영국(74) 문경대학 총장은 "최근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고 김정은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강성 발언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정말 이러다가 큰일 날 것 같은 조바심이 생긴다. 그러나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의 정쟁은 그치질 않고 있어 더 걱정"이라며 "특히 문재인 정부는 전 정권의 실책 찾기에만 몰두하는 등 지금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일각에서 염려하는 대로 권력 핵심이 제도권 밖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탈원전, 최저임금 인상, 공공 일자리 늘리기 등 강성 귀족노조, 전교조,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을 자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문 대통령은 하루속히 주변 질서를 직시하고 일의 선후를 따져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는 구국의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에서 안동으로 직장을 옮겼다는 회사원 박재훈(29) 씨는 "자국민들끼리의 갈등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안보는 강한 국방력을 위한 군사 장비도 중요하지만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겠다는 명확한 목적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북한의 말싸움이 안보 불안을 낳는 상황에서 우리도 군사 도발은 용납할 수 없다는 강한 표현을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 이후에 대화와 제재라는 당근과 채찍을 균형 있게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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