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월…제3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시 우수상-장화연

늙은 해바라기들이 오후한때

아파트 뒤뜰 바람막이 의자에 앉아

주름살 지팡이 짚고 와

몇 가닥 이슬을 튕기는 시간

의자밑 제비꽃들이 들으며 덩달아 웃고 있다

농사만 천직으로 하던 촌로들의 고향

갑자기 도시개발 피켓들고 찾아온 투기꾼들에

어리둥절 땅부자가 돼

아들딸들 집한채씩 사주고

옛땅위에 지어진 아파트에

혼자 사는것이

외롭기도 하고 편안하기도 한

현대판 고려장들

늙으니까 돈도 필요없다고 하면서도

어딘가 자투리 쌈지돈 덕에

살고있으니 다행이다

몇 살때 시집오셨어요 물으면

열일곱 열여덟 쏟아지는 추억담들

남편 바람기, 노름기, 시어머니 매서운 시집살이

숙명으로 견디고

지금은 며느리살이 하는 시대야

신조어를 만든 노인들

15층 아파트가 고향집은 아닌데

여전히 애틋한 추억 못 떠나고

형님 동생 외로운 자리 정들이며

세월이 아름다운 늙은 해바라기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