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분꽃 골목…제3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시 우수상-김광숙

동인동 진 골목 담벼락에 옥수수알 같이 붙어앉아

무서운 이야기며, 병원놀이며, 공기놀이며

진숙이, 말숙이, 명숙이

오금 저리던 숙이들이 있었어요

명숙이 엄마는 늘 창백한 달빛 같았어요

그 애의 집은 빛이 적은 적산집

넓지 않은 마당에 분홍색 분꽃이 피어있었어요

분을 내던 검은 씨앗 꽃의 멍울이었는지

열 살 때쯤 분꽃 입술 오므리던 아침 그 애 엄마가 떠났어요

난 서툰 편지를 쓰고 담벼락에 붙어 몰래 울었어요

진 골목에 모여 놀던 숙이들은 흰 카라 소녀 되어 떠나고

분홍꽃 필 아직 스무 살

엄마 있는 세상으로 떠났다는 전갈을 받았어요

흰 달빛이 진 골목에 둥둥 떠다니고

분홍꽃이 담벼락에 붙어앉아 지고

우리들의 집은 진 골목 사이사이 분꽃 씨앗처럼 박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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