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 땅바닥에 떨어진 시대라지만, 시(詩)는 여전히 고통과 시간을 견디는 힘이 되어 줍니다."
최영미 시인이 10일 매일신문 11층 강당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고통과 시간을 견디는 힘, 시를 읽는 오후'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최 시인은 '흉터와 무늬', '서른, 잔치는 끝났다' 등 시집을 내놓았으며 2006년 제13회 이수문학상 시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그는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다른 예술작품, 다른 예술에서 기인한 시를 소개했다. 최 시인은 "시와 이미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상이 시가 되고, 시의 인상이 다른 예술로 거듭난다"고 설명했다.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김광섭 시인이 쓴 시 '저녁에'의 일부다. 한국 모더니즘 화풍을 토착화한 것으로 평가받는 김환기 화백은 이 시를 읽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작품을 그렸다. 이 그림 속 푸른색 계열의 수많은 점들은 시에서 표현된 별을 묘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W.H. 오든은 시 '장례식 블루스'에서 '그는 나의 동서남북이었으며 나의 일하는 날이자 주말의 휴일이었다'는 감각적인 구절을 통해 아끼는 이의 죽음과 상실감을 표현했다. 이 시는 영화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에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탄식하는 극 중 대사로 재탄생해 슬픔을 더욱 극대화했다.
또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신에게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선과 악의 품성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런던 최초의 공장이 세워진 것을 지켜본 블레이크는 '예루살렘은 이 어둡고 사탄 같은 제분소 사이에 세워졌단 말인가?'라는 구절을 통해 급격한 산업혁명을 방관하고 기존 산업에 종사하던 이들이 실직하도록 내버려둔 신과 사회를 비판했다.
최 시인은 "급격한 산업혁명기, 시인과 화가 등 예술가들은 기존 질서에 반하는 낭만주의로 시대의 흐름에 반발했다. 또 실제 사물보다는 그것이 뿜어내는 인상과 감각을 표현하는 인상주의를 탄생시켰다. 국내 이미지즘 시인 김수영도 독재에 항거하며 민중 자유의 회복을 부르짖었다"며 "오늘날 시를 쓴다는 것은 내 시가 인터넷에 모두 업로드되는 가운데도 버티는 것이다. 과거 김수영 시인이 남긴 말처럼, 죽는 날까지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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