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여성 63% "데이트 폭력 경험했다"

대구여성의전화 실태조사

대구의 모 대학교에서 같은 과 선배와 교제했던 A(21) 씨는 얼마 전 휴가 나온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랬더니 군부대 복귀를 하루 앞두고 남자친구는 A씨 집 앞에 찾아와 무려 80여 통의 전화를 걸었다. A씨 어머니에게는 '따님이 걷어차려는 남자를 도와달라'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A씨는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여서 해코지하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대구지역 여대생 및 여성 10명 중 6명 이상이 데이트 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경찰 신고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 여성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11일 '대구여성의전화'가 올 5월부터 경북대 등 대구경북지역 4개 대학 재학생, 일반인 등 294명(남성 87명)을 대상으로 데이트 폭력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63.1%(173명)가 '데이트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데이트 폭력 유형은 ▷휴대전화 점검, 옷차림 제한 등 '통제' 피해 94.3%(165명) ▷가만두지 않겠다거나 빌려 간 돈을 갚지 않는 언어'정서'경제적 피해 46.3%(81명) ▷세게 밀치거나 흉기로 위협하는 신체적 피해 22.3%(40명) ▷원치 않는 신체 접촉 등 성적 폭력 피해 30.6%(54명) 순으로 나타났다. 폭력이 시작된 시기는 각 유형별로 6개월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헤어지자고 말한 이후에는 신체적 피해가 9.1%로 가장 많았다.

폭력 경험 뒤 느낌 및 대응 방식(복수 응답)은 유형별로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통제와 성적 피해의 경우 '폭력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반응이 각각 52.3%(69명), 34.1%(15명)로 가장 많았다. 신체 피해에 대해서는 과반수 이상(51%)이 '상대에게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밀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연인의 폭력에 대한 피해자 반응에 우려를 표했다. 여성 대부분이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반면 '경찰에 신고했다'는 대답은 2.3%(3명)에 불과했다. 폭력 이후에도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헤어질 만큼 심하지 않아서' '(상대방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해서'란 응답이 많았다. 응답자 중 56.8%가 폭력을 당하고도 7개월 이상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여성의전화 관계자는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 앞에 누군가 찾아와 기다리는 일은 더 이상 낭만적인 사랑이 아니다"라며 "데이트 폭력은 심각한 사회 범죄라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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