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구실 못하는 대구 전기차 충전기, 이러고서 선도 도시인가

국민의당 김삼화 국회의원이 8일 현재 한국환경공단의 '전국 전기차 충전기 활용 현황'을 분석해 밝힌 대구의 전기차 충전기 사용 실태는 믿기지 않는다. 대구에 설치된 전체 173대 충전기 가운데 35%(60대)만 사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전체 충전기 2천25대의 63.8%(1천292대)가 사용할 수 있는 데 비하면 대구는 절반 수준이다. 대구의 충전기는 겉만 그렇다는 증거인 셈이다.

한국환경공단은 현재 전국의 등록된 전기 자동차 충전기 현황을 점검한다. 공단의 점검 대상은 전국 지자체, 공기업, 민간기업에서 설치해 등록한 충전기여서 미등록 충전기는 빠지므로 실제 충전기 전체 규모와 사용 가능 여부는 모른다. 그렇지만 이번 자료만으로도 대구의 형편없는 전기 충전기 사용 실태가 드러났다. 전기차 선도 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남다른 투자를 하는 대구로서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살펴야 할 일은 설치를 둘러싼 문제이다. 173대의 전기 충전기 가운데 100대는 대구시가 설치, 관리 중이고 73대는 한전 등 다른 곳의 몫이다. 국감자료만으로는 어느 기관의 충전기가 부실한지 제대로 알 수 없다. 하지만 전체의 65%(113대)가 제 기능을 못한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최저가 입찰제'를 이유로 설치 때부터 문제는 없었는지, 하자 없는 장비를 설치했는지 등 숱한 의혹을 풀어야 한다. 충전기를 설치한 처음부터 다시 점검, 살펴야 한다.

다음은 관리다. 대구시는 전기차 1대당 2천만원까지 지원하며 보급에 나서고 있다. 올해 보급 목표 물량 1천500대를 채우고 모자라 591대를 추가 보급했다. 충전기 설치에 40억원을 투자했다. 7월에는 전국 첫 전기차 충전기 관제센터 문도 열었다. 전기차 선도 도시가 되기 위한 대구시의 투자와 노력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돈만 들였지 관리는 엉터리였음이 그대로 드러나 실망스럽다.

대구시는 우선 실태 조사부터 서둘러야 한다. 다른 설치 기관과 함께 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설치 기관끼리의 통합 관리 여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보급은 기반시설 확충도 중요하지만 활용도를 높이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겉모습과 수치만으로는 결코 선도 도시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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