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북한으로 추정되는 해커조직에 의해 우리나라 국방통합데이터센터(DIDC)가 뚫린 사건의 실상과 내막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런데 그 내용이 사뭇 충격적이다. 일단, 해킹을 통해 빠져나간 문건의 양이 235GB(기가바이트)에 달한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할 수 없다. A4 용지 1천500만 장 분량이라는데 유사시 북한핵과 미사일기지, 전쟁 지휘부 선제 타격이나 김정은 참수작전 같은 중요 작전계획이 들어 있다고 한다. 한미 고위지휘관 업무보고, 군부대'발전소 등 국가 중요시설 현황 등도 유출됐다고 한다.
북한이 우리 군대의 온갖 기밀을 확보해 무엇에 활용할지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지금은 북핵 문제 때문에 전쟁 발발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라서 모골이 송연해진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유출된 정보 가운데 어떤 문건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된 것은 20%뿐이고 어떤 내용이 유출됐는지 파악 안 된 것이 80%라고 한다. 무슨 기밀이 유출됐는지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을 텐데 답답한 노릇이다.
해커에게 뚫린 경위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원래 DIDC의 국방망은 내부 인트라넷으로서 외부 인터넷망과 분리 운영되기 때문에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DIDC가 공사 때문에 국방망과 인터넷망을 일시 연결한 뒤 공사를 마치고도 연결 잭을 제거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러 해킹의 빌미가 됐다는 사실이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폭로됐다.
사후 대처와 수습도 안이하기 그지없다. 우리 군은 지난 5월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밀자료라는 이유로 유출된 자료 목록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처벌 없이 관련자 20여 명을 징계 의뢰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미 북한에 넘어간 기밀을 놓고 군사 보안 운운하면서 국민 눈과 귀를 가리려 한 것은 사건 은폐'축소 시도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이런 군대를 믿고 국민들이 발 뻗고 잠잘 수 있겠는가. 일은 이미 터졌고 지금으로서는 진상 규명과 실태 파악, 재발 방지대책 마련이 급선무다. 유출된 정보가 무엇인지 최대한 파악해 해당 작전계획을 폐기하거나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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