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미혼모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육아 여성 카페에 불쌍한 사연을 올려 동정심을 구하는 이른바 '사연팔이'로 후원받은 물품을 되팔거나 후원금만 받아챙겨 달아났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 육아 여성회원 260여만 명이 활동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A카페에 지난 8월 '예비맘V죽도96'이라는 작성자 이름으로 '임신 39주의 22살 미혼모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이 글에서 자신이 아버지의 외도로 태어났고, 아버지의 본가에 들어가 미움을 받으며 자랐다고 밝혔다. 또 믿었던 친구에게 빌려준 통장이 사기 사건에 사용된 사연, 다른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려고 제삼자에게 돈을 구해 줬지만 잠적한 사연, 돈을 갚고자 사기 사건에 가담하다 붙잡혀 구속됐고 이 시기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는 사연 등을 구구절절 적었다. 임신 37주가 돼서야 사회에 나왔다는 작성자는 아이 아빠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지만 외면당하자 스스로 아이를 키워보겠다고 결심했으며, 미혼모센터는 입소 절차가 복잡해 친구 집에서 지내게 됐다면서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도 준비한 것이 하나도 없어 입던 옷이나 사용했던 물품이라도 좋으니 도움을 구한다. 도와주실 분이 계시면 쪽지나 댓글을 부탁한다"고 말을 맺었다.
작성자는 한 달여 전 포항 육아여성모임인 인터넷 B카페나 다른 지역 카페에 비슷한 사연을 올린 이후 '소설이다' '사기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터라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태아 사진, 병원 진료기록, 아이 아빠와 주고받은 SNS 기록 등도 올렸다.
이 글이 올라오자 카페 회원들은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3만~5만원씩 돈을 후원하거나 중고 육아물품은 물론 SNS를 통해 새 제품 교환권까지 보내기도 했다. 이후 아이가 아프다는 사연, 아이를 자신의 호적에 올린 등본(주소지 포항) 등 69개 글과 사진이 지난달 중순까지 올라왔다. 이 기간 카페 회원들은 글 조회수 평균 1만 건을 기록하며 관심을 보였고, 갖가지 후원품을 보내며 홀로 아이를 키우기로 한 미혼모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그러던 중 이달 초 회원들이 보내줬던 물품들이 인터넷 중고나라 등에 올라오면서 문제가 터졌다. 작성자 휴대전화 번호와 통장번호가 물품 사기에 신고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작성자가 아기를 낳고 10일쯤 후 이미 다른 부모에게 입양해놓고 한 달 동안 허위로 글을 올렸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이 와중에 작성자는 더는 글을 올리지 않았고, 회원들이 보낸 쪽지나 SNS 문자 회신도 하지 않자 작성자를 사기꾼으로 모는 비난성 글들이 봇물처럼 터졌다. 회원 중 일부는 다른 카페를 만들어 피해 사례를 수집해 법적 대응을 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카페 회원 C(36) 씨는 "작성자가 올린 글을 보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후원품을 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차에 이런 일이 터져 혼란스럽다"며 "모두 거짓이라기보다는 아이를 입양 보내고 나서 후원금과 물품이 욕심 나 저지른 짓이라 생각하고 싶다. 무엇이 사실인지 수사당국이 정확히 밝혀줬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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