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기'와 '강행' 갈림길에 선 농수산물시장 현대화 사업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이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2년째 표류 중이다. 이전과 재건축을 놓고 도매시장 상인들 목소리가 여전히 엇갈리고 있는 데다 대구시 또한 이렇다 할 중재안 제시나 결단을 하지 못해 사업이 또다시 해를 넘길 처지에 몰렸다. 자칫 어렵게 마련한 국가 예산 지원이 취소되고 용역 조사도 다시 실시해야 할 판이어서 양단간에 결정이 시급하다.

시는 지난달 초 제3차 대구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 조정회의를 열고 상인 의견을 들은 후 조율에 나섰다. 하지만 재건축추진위와 이전추진위의 입장 차이가 여전해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현재 위치에 시설을 다시 짓고 상권을 지켜야 한다는 '재건축' 주장과 '확대 이전'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선 때문이다. 갈등 조정 전문가까지 나서서 중재를 시도했으나 서로 귀를 닫은 탓에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대구시의 목표는 올해 내 결론 도출과 사업 착수다. 이를 위해 상인 뜻을 최대한 존중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진행 과정에서 보듯 상인의 의견 통일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대구시가 사업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당위성과 의지를 갖고 있다면 더 이상 시간만 소모할 게 아니라 투표 등 다수결로 결론을 내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이마저도 반대한다면 대구시가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대구시가 제대로 행정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업 결정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은 큰 유감이다. 지방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런 식으로 갈팡질팡한다면 앞으로 그 어떤 공공 목적의 사업도 원만히 이뤄낼 수 없고, 시민의 신뢰를 얻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빠른 사업 진척을 기대하며 시민이 2년의 시간을 기다려 온 것으로도 이제 충분하다.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 현대화는 비단 시민 편의 증진과 도시 재창조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날로 위축되는 도매시장의 기능과 위상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도 현대화 사업의 목적이다. 상인들도 이제 눈앞의 이해가 아니라 대구라는 도시 전체를 보고 의견을 하나로 모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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