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떠난 지구과학 이야기/ 우병걸 지음/ 집사재 펴냄
여행에는 적지 않은 재화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우리가 비용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투입 대비 효용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철 바캉스를 위해 휴가를 모두 써버리고, 오지 트레킹을 위해 적금을 깨기도 한다. 이렇듯 삶의 중요한 부분이 돼버린 여행. 우린 여행을 위해 우리 일상을, 재화를 얼마만큼 희생할 각오가 돼 있을까.
이 책을 쓴 우병걸 박사(경북대 지질학과)는 2013년 근무하던 학교(왜관 순심고)에 사직서를 냈다. 같은 시간 순심여고에도 한 장의 사표가 날아들었다. 부인이었다. 부부가 별러왔던 세계일주를 떠나기 위해서였다.
초등학교, 고교에 다니던 자녀들도 여행에 동참하기 위해 자퇴서를 냈다. 명분은 '46억년 지구별 탐험, 5대양 6대주 지질탐사'였지만 세계일주라는 약간의 유흥 목적도 숨기지 않았다.
이 책은 장르상으로는 기행 에세이지만 여행서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감동, 감흥 외 풍부한 지질학, 과학적 상식까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산맥, 사하라 사막, 홍해와 사해, 폼페이, 그리니치 천문대, 극점 등을 답사하며 그 속에 담겨 있는 지질학적 원리와 지구과학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을 답사하며 기록한 1장에서는 지구가 탄생한 후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게 되었고 그 주인인 인류는 어떻게 진화해갔는지를 살핀다. 히말라야 산맥은 어떤 지각(地殼), 지질운동을 거쳐 탄생했고 사막의 생성이 왜 적도의 바로 위, 아래에서 발달하는지를 살핀다.
2장은 근대과학이 태동한 유럽 각지를 돌아보는 기록이다.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중심으로 나뉘는 위도'경도, 남북회귀선과 이에 따른 일식'월식, 자전과 공전에 얽힌 여러 원리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도버해협의 백악(白堊)절벽에서는 지구의 역사를 가늠하고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에서는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지질학적 이유를 설명한다.
3장과 4장에서는 미국의 그랜드캐니언과 캐나다의 로키산맥 등 북미대륙을 답사한다. 지질시대 이후 지구가 변해가는 모습, 엘니뇨와 라니냐로 대변되는 기상 이변, 지구온난화와 빙하시대, 제6차 대멸종 현상을 진단하며 인류의 생존문제를 다룬다.
지질학적, 지구역사학적 사실들이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임에도 저자의 재미있는 경험담과 특유의 유머적 필체를 통해 독자들은 마치 잘 편집된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감동에 빠져든다. 여기에 저자의 생태, 환경전문지식과 지구과학 원리가 한 흐름으로 정리돼 독자들의 지구와 우주에 대한 인식을 확장해준다.
신화학자 고혜경 씨는 추천사에서 "기존의 여행기들이 우리의 지평을 지구촌이라는 공간적 영역으로 넓혀주었다면 이 책은 우리의 의식을 지구의 나이만큼 확장시켜 준다"며 "46억 년 지구역사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이 별에 왔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31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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