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침팬지와의 대화

침팬지와의 대화/ 로저 파우츠'스티븐 투켈 밀스 지음/ 허진 옮김/ 열린책들 펴냄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98.4%가 일치한다. 침팬지는 유전적으로 고릴라나 오랑우탄보다 인간에 더 가깝다는 얘기다.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고, 필요에 따라 거짓말을 꾸며내고, 집단 내에서 정치적 모략을 꾸미는 행동은 우리에게 꽤 익숙한, 그래서 인간과 침팬지는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종'(Next of Kin)이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동물권익운동가인 로저 파우츠 박사의 과학 에세이가 번역 출간됐다. 1997년 미국에서 처음 나온 이래 지금까지 침팬지 언어연구의 고전으로 기록될 정도로 사랑받는 책이다.

책이 말하는 침팬지들의 언어능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들의 언어 사용은 파블로프의 개나 수학문제를 푸는 말 한스처럼 단순하거나 무의식적인 행동이 아니다. '담요 위 칫솔'과 '칫솔 위 담요'를 구분해내는 침팬지들은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만들고, 연결된 단어의 순서를 바꿔 문장의 의미를 구분할 줄 안다.

여기에 등장하는 침팬지는 인간과 동물의 간극이 생각에 따라 좁혀질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교차 양육 프로그램에 사용됐다가 피실험체로서 운명이 다한 동물을 향한 사랑을 통해 파우츠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동등한 위치에 공존한다고 깨닫는다.

그래서 로저 파우츠와 침팬지 워쇼의 영화 같은 이야기는 출간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을 만큼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528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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