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내가 받은 초대장

어느 날 사탄이 10개의 병을 들고 한 청년을 찾아와서 9개의 병에는 꿀물이, 1개의 병에는 독약이 들어 있는데 꿀물이 들어 있는 병을 찾아 마시면 큰돈을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처음엔 돈이 아무리 좋아도 생명과는 못 바꾼다고 거절했으나 '돈을 받을 확률이 90%인데…' 하며 떨리는 손으로 병 하나를 골라 마셨습니다. 죽지 않은 청년은 돈을 받고 기뻐하며 다시는 오지 말라고 사탄에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돈을 다 쓰고 1년이 지난 후 사탄이 또 나타났습니다. 돈이 떨어진 청년은 사실 마음으로 사탄을 부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탄은 9개 중 1개의 병을 골라 꿀물을 마시면 돈을 2배로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청년은 모험을 했고 이번에도 꿀물을 마시고 2배의 돈을 받았습니다. 청년은 그렇게 쉽게 얻은 돈으로 낭비하며 인생을 즐겼지만, 알코올'마약 중독 등으로 그의 삶은 허물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계속 사탄을 불러댔습니다. 계속 그 위험한 선택을 했고 하면 할수록 두려움마저 사라졌습니다. '세상에 돈이 얼마나 힘 있는데, 돈이 다야'하며 돈이라면 영혼까지 팔아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 노년에 이른 그는 '돈벼락이냐, 죽음이냐'하는 마지막 승부를 걸고 남은 2병 중 1병을 식은땀을 흘리며 꿀꺽 삼켰습니다. "아! 나는 이겼어. 끝까지 살아나고야 말았어! 이제 어서 돈을 내놔라." 승리에 도취되어 어쩔 줄 모르는 노인에게 사탄은 마지막 병을 스스로 마시면서 "후후, 처음부터 독약이 든 병은 없었지. 그러나 너는 이미 돈이라는 독약에 죽어가고 있었던 거야! 너는 청춘을, 네 삶 전체를 돈이란 종이에 얽매어 노예로 살다가 그것에 묶여 진정 소중한 것을 잃어 버렸다. 자 이제까지 받은 돈의 대가를 지금부터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고통과 함께 지불해야 할 것이다. 하하하"라고 하며 돈을 부여잡고 죽어가는 그를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속으로 끌고 갔습니다.

어릴 적 동네에서 뛰어놀 때는 공터와 공 하나, 돌멩이들, 딱지들이나 구슬들 어느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어릴 때는 세상 살아가는 데 이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하리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비해 불과 몇십cm의 키가 자랐을 뿐인데 필요로 하는 것들은 수천 배, 수만 배로 늘어난 느낌입니다. 그런데 그 필요한 것들이 전부 정말 꼭 필요한 것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욕심보를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반대로 욕심 보를 줄여 가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먼 훗날 욕심 보 때문에 천국 계단을 오르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지나 않을지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오늘도 세상 잔치에 골몰하느라 하늘나라의 초대장을 잊고 살아가는 느낌입니다.

오는 주일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늘나라를 혼인 잔치를 베푼 임금에 비유(마태 22,1-14)합니다. 임금은 잔치에 초대한 이들을 불렀고, 그들이 응하지 않자 거리에서 누구나 잔치에 오도록 초대를 합니다.

오늘도 하느님이 쉼 없이 보내는 초대장의 수취인은 바로 나와 나의 이웃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초대장을 받은 우리들도, 비유의 다른 데에 정신 팔려 초대에 응하지 않은 사람들과 같을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상 잔치보다 지상 잔치에 골몰하곤 하는 우리는 미사에 참례하고 하느님의 가르침을 살아가려 노력하는 것보다 아파트값 오르내림에 관심을 두고,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들, 가치들 또 힘든 상황의 사람들을 챙기기보다 바쁘다면서도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여 육체적 건강과 외적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 집중하곤 합니다.

받은 초대장에 내가 응하고 있는지, 단지 마음 한구석에 던져져 있지는 않은지, 그리곤 가끔 마음을 심란하게 할 뿐이지는 않은지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이 가을을 아름다운 색들로 채색하신 까닭은 우리의 생각도 생활도 그렇게 아름답게 마무리하라고 알려 주기 위함은 아닐까. 이 가을에는 나도 천상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욕심 보 줄이기에 더 마음을 쓰고 열심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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