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자주국방'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서두르고 있다. 12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송영무 장관은 "전작권을 시기와 조건에 맞춰 조속한 시일 내에 전환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오는 27~28일 열리는 한미 군사위원회(MCM)와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미래연합군사령부 편성안을 승인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확정되면 현행 한미연합사령부는 해체되고 한국군 장성이 사령관인 미래연합군사령부가 앞으로 한미연합작전을 지휘하게 된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주국방'이 실현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형식상의 '자주국방'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국방 본연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할 수 있느냐이다. 대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핵무기라는 비대칭 전력을 갖고 있으며 이를 운반할 미사일도 1천여 기에 달한다. 현재 우리의 국방력은 이를 막기에는 너무나 약하다.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전력인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MD)는 오는 2020년대 중반이 돼야 완성된다. '킬체인'의 '눈'이라고 하는 정찰위성 확보사업만 해도 2022~2024년 총 5기의 위성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우리 군은 미군의 지원 없이는 북한의 무기 배치 현황조차 파악할 수 없는 '장님'이란 뜻이다. 지난 8월 26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청와대가 '방사포'라고 오판한 것이 단적인 예다. 청와대는 미국 측의 정찰위성 정보의 도움을 받아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수정했다.

더 큰 문제는 북한 핵과 미사일기지, 전쟁 지휘부 선제 타격이나 김정은 참수작전 같은 극비 자료가 북한에 해킹당한 사실이 보여주듯 보이지 않는 전력의 누수다. 이렇게 허술한 한국군의 전시작전 지휘를 미군이 과연 신뢰할지 문 정부는 자문해봐야 한다. 전작권이 없는 상태에서 미군은 자신을 위험으로 내몰지 모르는 정보를 우리 군에 제공하기를 꺼릴 것이다. 전작권 환수 이후 한미 연합전력 구축의 밀도는 지금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란 얘기다.

자주국방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국방은 말이나 자존심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은 "안보 위기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그 여건에는 실질적 자주국방 능력의 부재도 포함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는 것이 맞는지 문 대통령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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