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오페라 콘체르탄테

지난 12일 개막작인 베르디의 '리골레토'(Rigoletto)를 시작으로 제15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막이 올랐다. 오페라 리골레토는 지휘를 맡은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인 줄리안 코바체프와 연출을 맡은 독일 출신의 헨드릭 뮐러 외 최고 기량의 연주자들로 꾸려졌으며 긴 추석 연휴를 온전히 반납한 전 출연진의 열정과 노력으로 최상의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이번 축제 기간에는 그간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지속적인 교류를 해 온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미국과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여러 나라의 오페라 관계자와 연주자들이 대거 참석하여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위상을 높였다. 특히 이번 주에는 독일 베를린 도이치오퍼 극장과 오스트리아 뫼르비슈 오페레타 페스티벌의 유명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오페라 축제의 자리를 빛내고자 각자 자기 나라의 가장 특징적인 오페라 작품을 가져와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린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무대는 모두 오페라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공연된다. 20세기 초 서양에서 시작된 오페라 콘체르탄테는 '콘서트 오페라' 혹은 '오페라 인 콘서트'라고도 부르는데 무대 장치와 의상 없이 음악에 집중하여 진행되는 연주회 형식의 오페라이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오페라 콘체르탄테가 공연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혹자는 국제오페라축제에서 그랜드한 오페라 작품이 아닌 오페라 콘체르탄테를 무대에 올리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수적인 제작비용이 덜 드는 오페라 콘체르탄테를 통해 실험적인 공연을 시도하거나 유명한 성악가나 지휘자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자와 관객 모두에게 매우 유용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랜드 오페라 한 편을 무대에 올리려면 최소 한 달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며 성악가,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수, 연기자 등 수많은 인원이 동원되고 무대 제작과 의상 및 소품까지 막대한 제작비용이 발생한다. 웬만한 예산으로는 유명한 연출자나 가수를 섭외하기가 어렵고 제작자로서는 가능한 한 관객을 많이 모아야 하기에 검증된 작품, 유명한 작품만을 제작하기 쉽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작품성 있고 실험적인 다양한 무대를 접할 기회가 줄어들고 간혹 질 낮은 그랜드 오페라를 본 관객들은 오페라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양질의 오페라 콘체르탄테 공연은 오페라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윤활유가 될 수 있다.

깊어가는 가을밤, 더 많은 대구 시민들이 이번 주 17일과 19일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오페라 콘체르탄테 공연을 통해 오페라 음악의 진정한 감동과 여운을 담아가는 귀한 시간을 누리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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